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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미훈련 재개 만지작… 대북 압박 ‘플랜 B’ 체제로 급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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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미훈련 재개 만지작… 대북 압박 ‘플랜 B’ 체제로 급전환

입력
2018.08.29 16:08
수정
2018.08.30 00: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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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취소 후 기류 변화

매티스 국방 “추가 훈련 중단 없다”

비핵화 협상 실패 대비 옵션 검토

일각 “석유ㆍ가스 전면 제재” 거론

트럼프, 훈련 재개 땐 실패론 부담

당분간 강경태도 속 북한 주시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계획 취소 이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대북 압박 모드로 급전환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실마리는 일단 남겨두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해 ‘플랜 B’ 가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현 시점에서 어떤 추가적인 훈련 중단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6ㆍ12 싱가포르 회담 후속 조치로 나온 한미훈련 중단 조치는 올해 8월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와 한미해병대 연합훈련에 국한되며, 추후 예정된 훈련은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에 대해 “취소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내년 UFG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현 시점에서 결정한 바가 없다”며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과 훈련 재개를 연계하는 방침을 시사했다. “나는 (미래를 보는) 수정구슬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과의 협상을 지켜보자는 말을 거듭하긴 했으나 매티스 장관의 언급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후 워싱턴의 달라진 기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해 사실상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파국을 상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예됐던 UFG 일정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이르면 연내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며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비핵화가 느리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대북 제재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면적 석유 및 가스 차단과 북한의 밀무역을 도운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해 싱가포르 회담 전의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는 얘기는 지난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부터 흘러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도 못하고 빈손 귀국하는 수모를 당한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에 대한 회의가 커졌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당시 칼럼에서 행정부 내에서 대화 실패시의 옵션을 개발하는 노력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미 행정부가 미뤄뒀던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고 중단된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는 등 최대 압박 모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으며, 적어도 8월말까지는 북한으로부터 특정한 조치와 비핵화 일정을 받아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8월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결국 무산되면서 백악관과 정부 내에서 물밑으로 논의되던 ‘플랜 B’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플랜 B의 실행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남겨둔 상황이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도발적”이라고 표현하고 비용 문제를 거론했던 그가 이를 재개하는 것은 자신의 말을 뒤집고 싱가포르 회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은 군사훈련 재개 및 추가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며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먼저 명확한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미국이 먼저 북한에 접근하면서 대화에 목매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다. WP 칼럼리스트인 로긴은 최근 칼럼에서 북한의 응답이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내에 북한과 한국 모두와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승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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