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뽀키 찌부부르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한국과 태국의 준결승전. 경기 후반 한국이 35-11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었지만, 한국팀 사령탑 이계청 감독은 코트 안의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승리가 눈 앞에 왔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느슨한 플레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제스처였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대표팀이 30일 오후 8시 중국과 이번 대회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2006년 도하 대회까지 5연패를 이어갔다. 2010년 광저우에서 동메달에 그쳤지만 2014년 인천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해 ‘아시아 최강’이란 명성을 이어간다는 심산이다.
여자 핸드볼팀은 아시안 게임 출전 직전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재원 전 대표팀 감독이 “소속팀(부산시청) 감독직에 전념하겠다”며 지난해 말 임기를 끝으로 퇴임했고, 대한핸드볼협회는 대표팀 감독을 공석으로 비워두다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4월에서야 이계청 삼청시청 감독을 대표팀 감독에 앉힌 것이다. 협회가 지난해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를 추진했지만 막상 현직 감독들이 대표팀 전임감독직을 꺼리며 벌어진 혼란이다.
이 감독은 2003년 삼척시청 핸드볼팀 창단 감독으로 무려 15년 동안 팀을 이끌며 6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한 베테랑 감독이다. 하지만 국제 대회 감독 경험에선 거의 ‘초보’다. 지난 4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기 전까지는 2014년 여자주니어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이 유일했다. 당시 주니어 대표팀은 비유럽권 국가로는 처음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핸드볼계를 들썩이게 했지만 이계청 체제가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코치진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일부 교체됐다. 반면, 선수들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아시안 게임 출전 선수 가운데 아시안 게임 경험자는 8명이고 올림픽 경험자도 7명이나 된다.
새 코치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대표팀은 지난 6월 핸드볼 프리미어 6(옛 서울컵)에서 우승했고, 한일 클래식 매치에서도 승리하는 등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선과 준결승에서 5전 전승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5게임에서 10점차 이내 승부가 난 것은 중국전(33-24)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12~27점차 대승이다.
결승을 앞두고 분위기는 좋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2강으로 꼽히던 일본이 준결승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히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갔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커클리 얼릭(46ㆍ덴마크) 감독 체제로 팀을 재편하면서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 결승 상대인 중국은 우리가 예선에서 완파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 감독이 준결승에서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작은 실수를 일일이 지적하고 다그친 것도 이런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감독은 “우승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지만 오히려 그 부담감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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