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와 느낌표’ 김미란 대표
APEC ‘기업효율성’대회 참가
“대한민국 경력단절여성의 성공 모델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대구 북구 칠성동의 예비 사회적기업인 ‘쉼표와 느낌표’ 김미란(39) 대표가 5일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업효율성 및 성공목표상’(APEC Best Awards)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APEC 여성경제회의’(Women and the Economy Forum) 기간 열리는 이 대회는 APEC 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기업인의 성공사례 공유와 확산을 목적으로 2016년 페루 리마의 첫 행사 후 지난해에는 베트남 후에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각 나라 대표로 출전한 여성 기업인의 5분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심사위원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다. 시상부문은 ▦성장가능성 ▦창의성ㆍ혁신적 사업 모델 ▦국제적 매력성 ▦사회 영향력 ▦녹색 성장 5개 부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 취업의 고충을 토로하고, 쉼표와 느낌표의 경력단절여성 취업 성공 사례로 한국에 특화된 여성 취업 모델을 소개할 예정이다. 여성 취업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타 국가 적용 가능성도 함께 나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약한 대회지만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어려운 여성 기업인들의 노력과 성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김 대표는 “쉼표와 느낌표가 국가대표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쉼표와 느낌표는 2014년 김 대표가 4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을 주 대상으로 설립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결혼 및 육아로 일을 그만둔 여성들의 경력 및 관심사를 살려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사업이다.
이 기업은 설립 후 100여 명의 경력단절여성을 전문 강사로 배출했다. 2014년 정보통신(IT) 분야 강의로 시간당 1만원을 받던 한 강사는 현재 자기개발, 기업 역량 특강 등 콘텐츠 확장으로 시간당 30만원의 전문 강사로 우뚝 성장했다. 은행 고위직 임원으로 은퇴한 한 경력단절여성은 ‘금융권 여성 유리천장 깨기’라는 특강으로 인기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 여성들은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 없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는 엄연한 사회적 약자”라며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여성들을 위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김 대표의 경험을 통해 생겨났다. “37세 늦은 출산 후 몇 달간 일을 쉬는 동안 20㎏이나 살쪄 우울증에 빠졌다”는 김 대표는 “주변 대학원 친구들도 모두 일을 그만 두고 집에만 있는 것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시 강사 일을 시작하면 쉽게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모든 여성이 함께 단절된 경력을 살리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는 말처럼 대한민국 여성들이 엄마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잊지 않기 바란다”는 김 대표는 “경력단절로 고통 받는 여성이 없는 그날까지 힘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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