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정상 2개월 만에 통화
트럼프, 아베와 종전선언 등 대화
F-22 스텔스기 日 생산 제안 등
한미일 동맹보단 미일 공조 무게
#日은 ‘2018 방위백서’ 채택
“북미회담 후 북핵위협 변화 없어
北 비핵화 행동 확실히 지켜봐야”
中엔 센카쿠열도 활동 확대 우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미국이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더딘 북한 비핵화 협상의 배후로 중국을 거론하며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미국이 일본과는 첨단무기기술 공유 및 정상간 소통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한미일 3각동맹 대신 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한 지 두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이뤄졌는데, 이날 아베 총리가 오후까지 야마나시(山梨)현 개인별장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저녁에 급거 관저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 상황을 설명하고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아베 총리는 ‘비핵화 진전이 없는 현 시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계획을 발표했으나, 하루 만에 뒤집힌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의견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 분석이 사실이라면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아베 총리 논리에 경도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은 올 초 남ㆍ북ㆍ미 간 대화국면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난관을 만나고 중국에 책임을 돌리면서 미일 공조에 의도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6월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요청하는 등 한미공조가 이전만큼 부각되지 않고 있다.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한미훈련을 중단한 상황도 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3일 미 록히드마틴이 일본이 도입 예정인 차세대 전투기 개발ㆍ생산의 절반을 일본에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스텔스 전투기 F-22를 자국 기술로 개량, 차세대 전투기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그간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F-22에 대한 기술 이전과 완제품 판매를 금지해 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파격 제안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미일동맹이 한층 강화하는 한편으로 북한과 중국에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28일 각의에서 북한과 중국의 안보위협 우려를 적시한 ‘2018년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기본적 인식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백서에서 밝힌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과 운용능력 향상은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 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동향과 관련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일본 안전에 대한 전에 없는 중대하고도 절박한 위협으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시키고 있다”고 기술했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선 “북한이 핵ㆍ미사일의 폐기를 향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확실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중국과 관련해선 중국 해ㆍ공군 전력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주변을 포함해 일본 주변에서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의 국방비 증가와 국방력 근대화에 더해 중국이 최근 수년간 전자전과 사이버 분야 등에서 실전 운용능력의 강화를 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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