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잘못된 운행관행”
“인사까지 회사가 간섭은 야박”
‘(버스) 운행 시 이유를 불문하고 손 인사를 금지합니다.’
서울 성북구에 차고지를 둔 버스운수회사 도원교통 사무실에 7월부터 ‘손 인사 금지’ 공고가 나붙었다. 버스를 몰고 가다 운행 중인 다른 버스기사와 눈이 마주치면 손을 들어 인사를 해 오던 관례를 앞으로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손 인사는 잘못된 운행 관행이라는 사실을 필히 명심하라’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사무실 한편에서는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야박한 것 같다”는 숙덕임이 들려왔다.
최근 일부 버스회사에 내려진 ‘손 인사 금지령’이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 인사가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사측 입장인 반면, 같은 기사들끼리 예의상 가볍게 인사하는 것 가지고 괜히 유난을 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회사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4월 울산 남구 한 교차로에서 시외버스기사 A씨가 맞은 편에서 오던 같은 회사 버스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다가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추돌한 뒤 중앙선을 넘으면서 또 다른 버스와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손을 들고 인사하는 게 불과 1~2초에 불과하더라도 버스는 그 때 수십 m를 달리는 셈이라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손 인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회사 방침을 환영하는 기사들도 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오히려 운전에 집중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손 인사를 깜빡 했다는 이유로 동료로부터 ‘건방지다’는 쓴 소리를 듣는 일도 있는데, 앞으로 그럴 일은 없다는 것도 긍정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버스기사 정영준(55)씨는 “기사 생활을 18년 가까이 하다 보니 습관이 몸에 배어 다른 기사를 보면 자동적으로 손을 올리곤 한다”면서도 “사고는 순식간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손 인사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서로 인사하며 소통하는 것까지 회사에서 관리해야 하느냐’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송파구에 차고지를 둔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손 인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고, 운전기사들끼리 예의라 말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한유주(27)씨는 “평소 버스에서 기사끼리 정겹게 인사하는 걸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아무리 안전 때문이라 해도 손 인사를 금지하는 건 각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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