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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진보정권의 국방비

입력
2018.08.28 18:30
수정
2018.08.29 10: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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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0년간 북한보다 수십 배가 넘는 국방비를 쓰고 있다. 그래도 한국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1970년대를 어떻게 견뎌 왔느냐. 우리 군인들이 떡 사 먹었느냐.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에 뒤진다면 직무유기한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군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집권 후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준 뒷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평균 8.9%의 국방예산을 올려 준 정부가 참여정부였다.

▦ 외국의 경우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국방예산을 줄이고 복지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국방예산을 크게 늘렸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5월 출범 후 2018년 국방예산을 7% 증액한 데 이어 내년 예산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8.2% 증액을 국회에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예산 평균증가율 5.2%와 박근혜 정부의 4.1%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좌파 정권이 안보를 경시한다’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키려 국방비를 증액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국방비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한다.

▦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공격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되레 국방예산에 인색했다. 군으로부터 미국의 장거리 전략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도입 보고계획을 들은 이 전 대통령은 “유사시 미군이 다 지원해 줄 텐데 뭐 하러 우리가 돈 들여 사느냐”고 힐난했다. 당시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성은 “국가안보보다 돈 씀씀이만 꼼꼼하게 따지는 CEO의 모습이었다”고 한탄했다. 북핵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체계’ 구축을 공언한 박 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것도 ‘말로만 안보’의 전형적 모습이다.

▦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내년 46조원에서 2022년에는 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10~30배 차이가 나는 북한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중요한 것은 국방비 증액의 ‘기회 비용’이다. 북한과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만큼 민생 예산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변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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