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의식한 발언인 듯
가계동향조사 유지 여부엔 신중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특정한 해석을 위한 통계는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취임 1년여 만에 경질되며 ‘통계청의 독립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나온 취임 일성이다. 강 청장은 향후 통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런 결정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28일 정부대전청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순 있지만 특정한 해석을 위한 통계 생산은 없다”며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 생산이 통계청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강 청장의 발언은 최근 제기된 통계청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전 청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가 발표된 뒤 갑작스레 경질되자 통계청 안팎에선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맞춤형’ 통계 생산을 주문한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통계 수장 교체까지 야기한 가계동향조사 유지 여부에 대해 강 청장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내부에서 더 많은 토론을 거쳐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동향조사는 당초 올해부터 폐기되려던 지표가 부활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 표본이 1.5배 가량 늘며 시계열 분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많았다. 강 청장도 취임 전 “조사 방식과 표본의 규모가 크게 바뀐 점을 고려할 때 두 시점(2016년 이전과 2017년)의 소득분배 실태 분석 결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강 청장은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할 필요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통계청에서 생산하고 있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은 최저임금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 청장의 입장은 앞으로 정책 효과에 맞는 통계만 발표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낳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통계청의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는 국책연구원에 하위 20% 계층의 소득 감소 원인 분석을 의뢰했는데, 가구주가 무직자이거나 자영업자인 가구는 제외돼 청와대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란 비판이 나왔다.
강 청장은 “통계 지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는 걸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신뢰 받는 통계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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