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기대했던 천재 궁사 이우석
양궁 리커브 결승서 김우진에 져
조기전역 없이 대회 후 부대 복귀
“아쉽지만 군대생활 열심히 할 것”
까까머리 군인이 된 천재 궁사 이우석(21ㆍ국군체육부대)이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관왕에 도전했으나 은메달 2개만 건지고 발길을 돌렸다. 여전히 ‘이병 이우석’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그는 “군대도 나쁘지 않은 곳”이라며 늠름하게 웃었다.
이우석은 2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펼쳐진 대회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서 국가대표 선배 김우진(26ㆍ청주시청)에 세트 점수 4-6으로 졌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 포인트에서 1위를 해 개인전, 단체전에 이어 혼성경기까지 출전하게 된 이우석은 3관왕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는 것 보다 어렵다는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으니 3관왕이 터무니 없는 기대는 아니었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연거푸 탈락한 뒤 젊은 나이에 군 입대를 선택한 그가 이번에 금메달을 딴다면 조기전역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앞서 열린 혼성경기에서는 처음 출전하는 국제대회라 지나치게 긴장한 데다 파트너 장혜진(31ㆍLH)이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인 탓에 8강에서 충격적으로 탈락했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두 선배 오진혁(37ㆍ현대제철)과 김우진이 흔들릴 때마다 10점을 쏘며 결승에 올라갔는데 정작 결승전 마지막 발에서는 자신이 8점을 쏘아 금메달을 날렸다. 그리고 이날 김우진과 맞붙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백전노장’ 노련미를 앞세운 선배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한국이 금ㆍ은메달을 석권하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머쓱한 상황에, 장혜진이 둘을 대신해 태극기를 흔들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우석은 애써 환하게 웃었다. 전날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고 눈물을 쏟았던 모습과 대비됐다. 그는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못 딴 것이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조기전역 혜택을 놓친 이우석은 대회가 끝난 뒤 다시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내가 한 것이고 내가 이룬 것이라 덤덤히 받아들이겠다”며 “한국 남자라면 갔다 와야 하는 곳이니 군 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의젓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우석은 지난 2월 입대해 복무 기간으로 따지면 일병에 해당하지만 훈련 이수를 못 해서 아직 이병 계급이다. 그는 “이번에 돌아가면 휴가도 주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