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의 성지이자 소림무술로 유명한 숭산 소림사가 495년 건립 이래 처음으로 국기게양식을 거행했다. 최근 강화하고 있는 애국심 고취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8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소림사는 전날 오전 7시 정문 앞 광장에서 스융신(釋永信) 방장을 비롯해 전체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을 거행했다. 스님들은 인민해방군처럼 대열을 이뤄 오성홍기를 호위하며 바른걸음으로 게양대로 행진한 뒤 게양되는 국기를 향해 합장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소림사에서 국기게양식이 진행된 건 495년 건립된 1,500년 소림사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소림사의 국기게양식은 지난달 31일 전국종교단체연석회의에서 정부가 국기게양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불교협회는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정부 제안을 수용했고, 이후 허난(河南)성불교협회와 소림사가 관련법규를 검토했다.
둬웨이는 스융신 방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중국 정부의 애국심 고취 분위기를 앞장서 실천했다고 비판했다.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1999년부터 소림사 운영을 맡아온 스융신 방장은 중국불교협회 부회장과 제9~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지냈다. 쿵후 쇼와 영화 촬영, 기념품 판매, 해외 복합문화단지 건설 등 각종 수익사업에 몰두해 불교와 소림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소림사 측은 국기게양식 거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국기 게양은 국가의 요구이며 애국애교(愛國愛敎)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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