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ㆍ여의도 통합 개발 계획을 전면 유보하고 국토교통부이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한 데 이어 금융 당국도 시중은행을 상대로 가계대출 실태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최근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변칙적인 대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우선 이번주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대출한도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증가율이 가파른 전세자금대출과 임대사업자대출 중 규제 회피 사례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분기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15.5%(전년동기대비)를 기록했다. 2016년(12.1%)에 견주면 3%포인트 이상 높다. 더구나 2분기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37.2%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증가율(27.9%)를 훨씬 웃돈다. 김부곤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1주택자가 규제가 느슨한 전세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용도로 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주택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진 다주택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사업용도로 받은 대출을 집 사는 데 쓴다는 얘기다.
당국은 전세대출에 대해선 자금 목적별 내역을 면밀히 분석하고, 점검결과 전세대출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엔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또 투기지역처럼 주택가격 급증 지역에 임대사업자대출 비중이 과도한 금융회사에 대해선 즉각 현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당국은 현장점검 결과를 참고해 조만간 변칙 가계대출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도 내놓기로 했다. 전세대출이 주택구입자금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전세보증요건을 중심으로 전세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게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주택대출 문턱을 대폭 높여 실수요자의 자금줄을 막았다는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전세대출까지 어려워질 경우 정작 신혼부부나 중산층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냔 지적도 적잖다. 김 부위원장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선의의 실수요자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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