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총 8골 광속 질주
역대 최고 와일드카드 활약
실력으로 ‘인맥선발 논란’ 종지부
연장서 황희찬 PK 결승골
손흥민도 결정적 도움 2개
악전고투, 120분 혈전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이었지만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를 구해낸 건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뽑힌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오사카)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후반 13분 터진 황희찬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앞세워 4-3으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다.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는 연장 후반 절묘한 움직임으로 상대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김학범 감독은 소감을 묻자 “선수들이 잘 해서 이겼다”고 한 뒤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호랑이’로 소문난 그의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가슴 졸인 한 판이었다.
황의조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다. 그는 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간결한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강력한 우승후보 우즈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우즈벡은 한국 수비가 어수선해진 틈을 노려 전반 16분 마셔리코프가 동점골을 넣었다. 다시 황의조 발끝이 불을 뿜었다. 전반 35분 시원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그물을 열었다. 전반을 2-1로 앞선 한국은 후반 초반 수비 조직력이 갑자기 흔들리며 무너졌다. 후반 8분 동점골, 4분 뒤 수비 실수로 역전골을 헌납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와일드카드’ 형님들이 나섰다.
후반 30분 손흥민이 상대 진영에서 볼을 낚아채 황의조에게 패스했고, 황의조가 재동점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은 못 올렸지만 결정적인 도움 2개에 헌신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의 투혼을 일깨웠다.
연장에 돌입하자 선수들 체력은 바닥났다. 연장 전반 막판 우즈벡 알리바예프가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잡은 한국은 연장 후반 11분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황의조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수비수 뒤로 넘겨 돌파하려 하자 우즈벡 선수는 손으로 잡아당길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 있던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는 황희찬. 이번 대회 들어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로 비난을 받아 부담이 컸던 그는 침착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꽂아 넣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황의조는 2013년 한국 프로축구 성남에 입단할 때부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각광받았다. K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렸고 지난 해 여름 일본 프로축구 감바 오사카로 이적해서도 또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봐 ‘데뷔전의 사나이’로도 불린다. 그만큼 강심장이라는 의미다. 어떤 각도에서든 슛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대회 직전까지 ‘인맥 논란’에 휩싸였지만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를 180도 바꿔놨다. 바레인과의 1차전 해트트릭에 이어 1-2 참패로 기억될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유일한 득점을 기록했다. 이란과 16강전 선제골에 이어 이날도 해트트릭을 작렬해 이번 대회 8골로 득점왕을 넘본다.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와일드카드로 불러도 손색 없는 활약이다. 그는 경기 후 “나는 동료가 없으면 골을 넣을 수 없는 포지션인 스트라이커다. 오늘 3골 다 동료들 덕이다”고 공을 돌린 뒤 “지고 있을 때도 감독, 코치님과 모든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29일 4강전을 치른다. 휴식일이 하루 밖에 없어 체력 회복이 급선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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