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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먹방ㆍ겜방 가득 1인 방송, 전문성으로 베트남까지 사로잡았죠”

입력
2018.09.02 17:00
수정
2018.09.02 19:3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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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50명 데뷔시켜

주 1회는 직접 ‘이직구직’ 진행

교육ㆍ시사ㆍ경제통 발로 뛰어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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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엔터테인먼트社와 협약

해외 콘텐츠 시장도 적극 진출

“수익 모델 다양화해야 생존력”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프리카TV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종 대표가 1인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프릭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프릭엔은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전문적 영역을 다루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1인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프릭엔 제공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프리카TV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종 대표가 1인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프릭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프릭엔은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전문적 영역을 다루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1인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프릭엔 제공

“’김팀장의 2직9직(이직구직)’의 김 팀장입니다. 오늘은 면접 준비에 힘들어하는 애청자분의 고민으로 시작할게요.”

김영종 프릭엔 대표는 매주 1회 ‘김 대표’가 아닌 ‘김 팀장’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투 잡’을 뛰고 있다. 그는 팟빵, 오디오클립과 같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에서 경력 관리, 면접 노하우 등 이직ㆍ구직에 관련된 콘텐츠로 만든 방송을 올리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프릭엔은 크리에이터(개인방송 창작자)를 양성해 수익을 나누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다. 김 대표는 “방송을 하면서 1인 방송과 콘텐츠,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크리에이터의 속성을 직접 경험했다”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직접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방송 초기 그의 김팀장의 2직9직을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작정 개인방송을 시작했다가 사라지는 비중이 80~90%에 달한다고 하니, 그의 콘텐츠도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점차 구독자가 늘어나게 된 건 김팀장의 2직9직이 꽤 전문적이고 깊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직전에 몸 담았던 아프리카TV까지 포함해 15년간 쌓은 경력이 모두 인사 담당자였다”며 “생생한 경험이 들어가 있으니 반응이 좋아졌고, 이제는 2,000명의 구독자가 방송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자체 플랫폼을 운영할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 발굴ㆍ육성, 콘텐츠 기획까지 수행하는 프릭엔이 노린 틈새 시장은 바로 ‘전문적인 콘텐츠’다. 김 대표는 “1인 방송 플랫폼을 보면 대부분 영상이 게임, 먹방 등 엔터테인먼트에 치중돼 있다”며 “이직ㆍ구직 전문 방송이 먹힌 것처럼 교육, 시사, 경제 등 전문 영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실감나고 재미있게 콘텐츠를 구성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발로 뛰면서 예비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찾아 다니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꾸준히 발굴해 나갔다. 지금까지 프릭엔이 데뷔시킨 크리에이터는 50여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학 교수, 노무사, 영어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크리에이터들이 탄생했다. 그는 “1명의 전문가를 섭외하기 위해 5명에서 10명의 도움을 받아가며 만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미디어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해야 했다”며 “점차 프릭엔을 통해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데뷔하고 싶다고 먼저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프릭엔을 통해 금융전문 방송 ‘춤추는 쩐테크’를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우리지영리(이지영)’는 10년차 재무 컨설턴트다. 방송 시작 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적 시청자가 7만명에 달한다. 금융과 재테크 상식을 쉽게 설명해 주는데 실시간 채팅으로 개인적 궁금증까지 풀어주는 게 성공 요인이다. 코딩교육 방송 ‘코딩으로 우주정복’의 진행자 ‘코드님(이호준)’도 15년간 개발자로 활동해 온 경험을 살려 누적 시청자 5만명을 돌파한 대표적 유명 크리에이터다.

김 대표는 MCN 산업에서의 성패는 ‘연결성’에서 갈린다고 굳게 믿고 있다.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에 그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릭엔의 경우, 크리에이터가 방송에서 소개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푸시몰을 운영하고 있고 국민대와 오프라인 크리에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에스프레소북(개인용 전자책 제작 업체), 컷앤컬(뷰티 앱) 등 외부 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형태로 2차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로도 활동 보폭을 넓혔다. 베트남 현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VK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 한국 콘텐츠를 베트남에 유통하고 교육, 뷰티, 패션 등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기로 했다. 크리에이터 양성 노하우를 살려 베트남 신인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로 이제 막 확장되는 추세인데다, 전체적으로 국민 평균 연령이 낮고 모바일 시청 환경에도 익숙하다”며 “VK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하고 있는 공연 기획력이나 연예인들, 프릭엔의 콘텐츠 기획 및 크리에이터 발굴 능력이 만나면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프릭엔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다. 그는 “중국에서는 크리에이터의 90%가 MCN 업체에 소속돼 있다”며 “창업이나 제품 판매 등으로 크리에이터 개인이 사장님이 돼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혼자 시장을 개척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 MCN 업체들은 유명 BJ를 데려오는 것만 생각하고 이들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선 같이 고민해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프릭엔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책으로 출판하거나 오디오화, 제품화 등까지 시도하는 이유도 더 오래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크리에이터들이 파트너로서 같이 기획하고 같이 성장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는 게 프릭엔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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