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
박정희ㆍ이승만 묘역까지 참배
“여야 5당 대표 회의 만들자”
야권엔 소통 강조ㆍ유화 제스처
당내에선 “탕평에 기초한 인선”
사무총장 등 상대 측 배려 가능성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의 취임 첫 행보는 ‘협치’와 ‘탕평’으로 요약됐다. 보수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예방하며 협치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안으로는 탕평 인사를 시사하며 당내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체제’ 첫날인 27일 이 대표를 포함해 박주민ㆍ박광온ㆍ설훈ㆍ김해영ㆍ남인순 최고위원과 홍영표 원내대표ㆍ김태년 정책위의장ㆍ김성환 대표 비서실장 등 새 지도부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이 대표 삶의 궤적을 볼 때 이승만ㆍ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은 찾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이 대표는 과거 국민의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낼 때도 해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건국 수립 70주년이고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배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후 국회로 돌아와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하는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를 위한 여야 5당 대표 회의를 제안 드린다”면서 협치를 첫 일성으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이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를 차례로 찾아가 5당 대표 회의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이 화기애애한 대화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당시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손발을 맞춰왔다. 이 대표가 “예전에 청와대에서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었는데 그 마음으로 함께 (5당 대표회의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워낙 정책적 혜안과 결단력이 있으시니 여러 변화가 있지 않겠나 한다”고 덕담했다.
이 대표가 이날 보수 야권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야권과의 협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야권과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파격 행보는 당내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당직 인선과 관련해 “탕평과 적재적소에 기초한 당직 인선을 실시해 중진,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민주당의 미래를 그려갈 인재를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가 비서실장에 앉힌 김성환 의원도 당권 경쟁자였던 송영길 후보와 같은 연세대 운동권 출신으로 탕평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사무총장직에는 김현ㆍ정청래 전 의원 등도 거론되나 탕평 차원에서는 측근을 기용하는 게 부담이다. 대안으로 김진표 후보를 지지했던 전해철ㆍ최재성 의원 기용설도 나오지만 친문 핵심 인사를 과연 지명하겠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사무총장에 탕평 인사를 앉히고 부총장 자리에 측근을 임명하는 그림도 생각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 사무총장 등 나머지 당직 인선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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