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선 이기기 위해 댓글조작 공모… 지방선거 때까지 연장”

 김경수-드루킹 공모 혐의 적시 

 선거법 위반도 공소장에 넣어 

 작년 4월 768만번 조작 확인 

 지방선거 관련 모의 등 

 구체적 정황은 공개 안 해 

허익범 특검(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해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에도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7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와 댓글조작 범행을 공모한 혐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6ㆍ13지방선거를 위해 공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도 공소사실에 넣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뺐던 내용이다.

특검은 김 지사 공소장에 그와 드루킹 김씨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 했다. 특검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통해 연결된 둘의 관계가 2016년 6월30일 시작됐고, 2018년2월20일까지 총 11회에 걸쳐 실제 만남을 가졌다고 공소사실에 적었다.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던 경기 파수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3회, 김 지사가 의원시절 국회 사무실 등에서 8회였다. 특검은 “김 지사와 김씨는 경제적민주화와 관련한 정책, 기타 정치관련 정보, 인사 청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 기자

특검은 댓글조작 혐의와 관련해선 ‘산채 방문’에 주목했다. 특검은 2016년 9월28일 산채를 찾은 김 지사에게 김씨가 ‘과거 보수 진영에서 댓글기기를 사용해 선거에 승리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봤다. 같은 해 11월9일엔 김씨가 킹크랩 시연을 열었고 김 지사가 이를 보고 허락했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시연회에 참가했던 김씨 측근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증언과 김씨가 보관해 오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긴 파일 목록이다. USB에 ‘20161109온라인정보보고’라는 파일이 있었고, 이 파일에 댓글조작과 관련한 기사목록과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관해 김 지사에 설명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킹크랩 시연회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김 지사 측과 달리 특검은 시연회가 열린 시간대에 김씨 일당의 3개 아이디(ID)가 인터넷 기사 댓글 조작에 사용됐다는 점을 밝혀내며 김 지사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댓글조작 공모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김 지사는 김씨와 함께 지난 대선을 이기기 위해 킹크랩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했다”며 “대선 후인 지난해 6월7일엔 김씨와 올해 지방선거까지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작업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었다. 실제로 특검은 김씨 일당이 킹크랩 운용 첫 달인 2016년 12월 총 1,154번의 공감ㆍ비공감수 조작을 벌이다가 대선국면에 접어든 지난해 4월에는 768만3,677번의 조작을 벌였다는 점을 확인했다.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와 지방선거 관련 논의를 했다는 지난해 6월 이후에도 매달 500만~2,200만 번의 댓글조작 클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특검은 김씨가 일본 대사를 원하던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줄 것을 김 지사에 요구했고, 김 지사가 2017년12월28일 김씨에게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 임명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한 정황을 확보했다. 하지만 김씨와 김 지사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어떤 모의를 했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하진 않았다.

특검은 ▦김씨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의 홍보전략을 빼내게 했다는 의혹 ▦전 보좌관 한모씨의 뇌물 수수에 관여한 의혹 ▦윤모 변호사의 인사청탁 의혹 ▦경공모의 불법활동 자금 등 김 지사와 관련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