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캐머런 총리 후 5년 만에
사하라 이남 남아공ㆍ케냐 등 방문
브렉시트 앞두고 영향력 확대 노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8일부터 사흘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찾는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고 가난에 시달리는 이 지역을 영국 지도자가 직접 방문하는 것은 5년 만이다. 내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다급해진 영국이 활로를 찾기 위해 그간 방치하다시피 해 온 아프리카로 뒤늦게 관심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8일 아프리카 남부의 맹주인 남아공, 29일 서부의 중심 나이지리아, 30일 동부의 강국 케냐를 잇따라 순방할 예정이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역삼각형 궤적으로 휘젓고 다니는 광폭 행보다. 영연방에 속하는 아프리카의 핵심 국가들만 콕 집어 방문하는 셈이다.
이들 국가는 지리적으로 사하라 사막에 가로막힌 탓에 최근 영국과 관계가 그리 긴밀하지는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뒤 2016년 여름께 재차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가 보수당 당수 자리를 예상보다 일찍 메이 총리에게 넘겨주면서 발길을 돌렸다. 메이 총리도 2015년 수세 호텔 테러 직후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의 심장부를 밟지는 못했다.
영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과거의 식민지에 주목하는 건 브렉시트를 앞두고 추락하는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가 다녀갈 3개국은 자원이 풍부하고 아프리카의 발전을 선도해온 터라 영국의 존재감을 과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를 의식한 듯 메이 총리는 남아공으로 출국하기 전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를 바꿔 나갈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며 “더 번영하고, 성장하는 아프리카와의 무역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영국이 EU를 떠나려고 준비하는 이 시점이 바로 전 세계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때”라면서 영국과 아프리카의 우의를 강조했다.
특히 메이 총리를 수행할 29명의 경제 사절단에는 세계 3위권 건설 장비업체인 JCB의 안토니 밤포드 회장을 비롯해 EU와의 결별을 주장하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대거 포함됐다. 순방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 홀로서기를 위한 타진에 나서겠다는 다중포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2015년 기준 영국 수출의 43%, 수입의 53%가 EU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영연방의 비중은 영국 수출의 9%, 수입의 8%에 불과하다. 영연방은 동일한 언어와 법률체계를 갖춘 덕에 국가간 거래비용이 낮아 교역규모가 2020년에는 현재의 두 배로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호주와의 교역량에 비하면 아프리카는 영국에 아직 잠재적인 시장에 머물러 있다.
한편 최근 10년간 영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아프리카 영연방 국가에서는 중국이 과실을 챙겼다. 태양광 패널, 발전소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 영연방과의 교역 규모가 8배 넘게 늘었다. 따라서 영국이 깃발을 들고 나서더라도 얼마나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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