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올 상반기 순익 2.6조
2007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
박스권 장세에 투자자 사고팔기 반복
증권사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익 45% 급증

지난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증시가 올 들어선 분위기가 꺾여 지지부진했지만 증권사들은 되레 2007년 이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올 들어 주가는 박스권(일정한 가격 상한과 하한선 안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을 맴돌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 재연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반복하면서 되레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배 가까이 급증한 덕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의 ‘증권사 영업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55개의 증권사가 거둔 당기순이익은 2조6,9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9,177억원)에 견줘 무려 40.7%나 급증했다. 2007년 상반기(2조5,702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2분기 누적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나 증가했다. 2분기 누적 ROE를 연간 이익률로 환산하면 9.9%에 달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는 연초 2,470선에서 출발해 1월말 장중 2,600선을 넘어서며 좋은 흐름을 탔지만 이내 분위기가 꺾여 상반기 내내 2,300~2,400선 주변을 맴돌았다. 투자자들은 보통 상승장엔 주가가 고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린 뒤 팔지만 박스권 장세에선 최저점을 찾기 위해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김명철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주가가 박스권일 때 투자자들은 돈 벌기가 어렵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수수료 수입이 늘어 호주머니가 두둑해진다”고 말했다. 상반기 증권사가 주식 중개를 대가로 벌어들인 수탁수수료 수익은 2조7,4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8,962억원)에 견줘 무려 배 가까이(45%) 급증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이 투자한 채권에서도 큰 폭의 이익이 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상반기 증권사의 채권관련이익은 2조6,54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8,009억원)보다 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파생관련손실이 5,127억원에 달했지만 채권관련이익으로 이를 모두 상쇄했다. 6월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자산총액은 44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424조3,000억원)보다 5.5%(23조3,000억원) 증가했다. 김 팀장은 “상반기 증권사들이 최대 수익을 거두긴 했지만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대내외 잠재 위험요소가 적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수도 있는 만큼 증권사 취급 부동산 금융에 대해서도 상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7월엔 9조원, 이달 들어선 8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주식거래대금이 크게 줄어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은 상반기에 견줘 악화될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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