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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운명 바꾼 ‘적지’ 베트남 하노이에도 추모 꽃다발

입력
2018.08.27 01:33
수정
2018.08.27 01:52
0 0

유럽 지도자 메르켈ㆍ마크롱 등도 “미국 뛰어넘는 위대한 인물” 추모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 중인 미국인 영어 교사 데릭 데이비스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6일 베트남전 당시 그가 추락한 쭉박호 물가에 있는 기념비에 고이 접은 미국 성조기를 놓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 중인 미국인 영어 교사 데릭 데이비스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6일 베트남전 당시 그가 추락한 쭉박호 물가에 있는 기념비에 고이 접은 미국 성조기를 놓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6일, 베트남 하노이시내 쭉박호에 있는 그의 수용 기념비에도 추모 꽃다발이 놓였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은 하노이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주로 방문했지만, 일부 베트남인도 꽃을 놓는 등 추모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자 고문 피해자임에도 베트남과 미국 간 화해의 상징으로 직접 나선 그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51년 전인 1967년 10월 26일 당시 미 해군 소속 폭격기 조종사였던 매케인은 북베트남군의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스카이호크기에서 탈출해 이 호수에 내려 앉았다. 적지 가운데 놓인 매케인은 성난 군중의 손에 끌려 나와 당국에 체포됐으며 이후 ‘하노이 힐튼’이라는 별칭이 붙은 호아 로 수용소 등지에서 5년 반을 포로로 보냈다. 매케인 의원은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군을 그만뒀지만 베트남 정부는 가혹행위는 없었고 대체로 이들을 잘 대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정계에 입문한 후,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을 여러 차례 방문해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섰다. 수교가 이뤄지기도 전인 1985년 젊은 하원의원으로 처음 베트남을 방문했고, 최근에는 2016년까지 남아 있던 미국의 무역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협상을 주도했다.

기념비는 1967년 처음 세워져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개보수를 거쳤는데, 생전의 매케인 의원은 쭉박호 근처에 있는 매케인 기념비를 불쾌하게 여기기는커녕 자랑으로 삼았다. 응우옌 꾸옥 끄엉 전 주미 베트남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매케인 의원을 추모하는 글에서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을 방문할 때 동료 상원의원과 친구를 종종 기념비로 데려갔다”라며 “기념비에 자신이 공군 병사로 잘못 쓰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해군 소속이라고 직접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국영 뉴스통신사인 VNA는 매케인 의원을 “미국과 베트남이 현재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많은 영역에서 현저한 진전을 이루는 데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시민의 반응을 전한 DPA통신은 매케인 의원의 중국에 대한 강경 태세 또한 남중국해를 놓고 갈등 관계에 있던 베트남 입장에서는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매케인 의원을 향한 추모는 베트남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어졌다. 파키스탄의 샤 마무드 쿠레시 외무장관은 26일 성명을 통해 “매케인 의원은 항상 파키스탄과 미국의 강한 관계를 지지했고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협력적인 접근을 지지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매케인 의원을 “미국의 애국자이자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지자”라고 추억하며 그와의 친교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애도 성명에서 “존 매케인은 사회에 대한 헌신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시한 위대한 정치가였다”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매케인 의원을 “진정한 미국의 영웅”으로 칭하며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적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강력한 대서양 동맹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싸운 투사였다. 그의 중요성은 자신의 조국을 뛰어넘었다”라고 추모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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