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초박빙 예상 깨고
득표율 42.88%로 압도적 승리
김진표 지지 ‘친문그룹’은 상처
김영배 등 ‘이해찬 키즈’ 靑 입성
임종석 비서실장 내부견제 전망
최고위원에 40대ㆍ초선 2명 포함
“여권 세대교체 발판 마련” 평가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8ㆍ25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변은 없었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해찬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70만 민주당원이 친노 좌장이라는 선명하고 강한 구심점을 새 리더십으로 택하면서 대야 관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내 역학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40대ㆍ초선의원 출신이 두 명이나 탄생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세대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면서 여당 내에서도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 신임 대표는 25일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합계 득표율 42.88%로 1위를 차지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송영길(30.73%)ㆍ김진표(26.39%) 의원을 크게 앞섰다. 1만5,000여명의 대의원과 71만여명의 권리당원이 각각 45.8%, 40.6%의 표를 몰아주며 ‘강한 여당 당 대표론’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쏠린 데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기간 동안 ‘민주정부 집권 20년 플랜’을 앞세우며 선명한 노선을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문재인 정부 성공,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강한 당 대표’가 탄생하면서 여권 내 역학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범친문 진영의 분화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친노 좌장인 이 대표가 압승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 실험 실패 이후 부침을 거듭해왔던 원조 친노 그룹의 부활이 점쳐진다. 경기도 평화부지사인 이화영 전 의원과 원외인 김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에선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정태호 일자리수석비서관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문(新文) 그룹은 신문 후보를 자처해 온 송영길 의원이 2위로 선방하면서 다음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향후 이인영ㆍ우상호 의원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86세대가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여권의 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 그룹은 김진표 의원이 3위로 주저앉으면서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특히 이 대표를 측면 지원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적으로 돌린 것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개혁 공천을 약속했다”며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 친문 핵심 의원들도 공천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ㆍ정ㆍ청 관계의 무게 중심도 당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무총리를 지낸 데다 7선으로 당내 최다선 의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그간 “대표로 선출되면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이 대표는 경선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정청 협의의 정례화를 거듭 약속했다. 최근 김영배 정책조정비서관ㆍ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 등 ‘이해찬 키즈’라 불릴만한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청와대에 입성한 만큼 사실상 독주해 온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한 내부견제도 강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초선의원 돌풍이 분 것도 이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하는 요소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개혁공천이 불가피한데, 여당이 자연스런 세대교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40대ㆍ초선인 박주민 의원이 총 득표율 21.28%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20대 국회 최연소 지역구 의원인 김해영 의원까지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은 내재돼 있던 세대교체 여론의 분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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