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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용산 개발 보류” 48일 만에 물러선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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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용산 개발 보류” 48일 만에 물러선 박원순

입력
2018.08.26 17:44
수정
2018.08.28 18: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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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요동에 부담 느낀 듯

막차 탄 매수자들 반발 예상

공공주택 확대 등은 계속 추진

“부동산 안정 위해 정부와 협력”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이 ‘도시계획은 시장의 권한’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를 결국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박 시장 발언 이후 두 달도 안돼 여의도, 용산은 물론 서울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데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자 장고 끝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일요일인 26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서울시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리콴유세계도시상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 “용산역부터 서울역까지 철도구간을 지하화해 그 위에 상업 시설이 들어오게 하겠다”고 말한 지 48일째만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여의도와 용산은 전면 철거하고 새롭게 개발하겠다’ 이런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고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개발’ 관점으로만 받아들이다 보니 과열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집값이 폭등한) 여의도와 용산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일정한 효과를 한 게 있다”고 인정했다.

1월 이후 관망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은 박 시장의 발언 뒤 폭등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여의도가 속해있는 영등포구는 지난달 9일까지만 해도 지난주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이 0.14% 올랐으나 박 시장 발언이 있고 난 직후인 지난달 16일엔 아파트 가격이 일주일새 0.24%로 급등했다. 현재(20일 기준)는 전 주 대비 0.51% 뛰었다. 지난달 9일 기준 0.12% 수준이었던 용산구의 아파트 값 상승률도 20일 기준 지난주 대비 0.45%까지 치솟은 상태다. 집값 상승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돼 20일 기준 지난주 대비 0.37% 올라 1월 마지막 주에 0.38%가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영등포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사려고 해도 매물이 없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며 “매물을 거둬들였다가 일주일 만에 5,000만원, 1억원씩 올려 내놓는 게 태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막차를 탄 매수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진성준 시 정무부시장은 “시장 상황이 엄중해서 서둘러 발표하게 됐다”며 “지난주 금요일(24일) 브리핑 결과 강남, 여의도, 용산 등 일부 지역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 전역이 상승세를 보인데다 내주 전망치는 더 안 좋았다”고 긴급 기자회견의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반대로 개발계획을 발표한 게 박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박 시장 발언으로 집값이 요동치자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박 시장은 3일 뒤 한 라디오방송에서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미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특별히 늦어지거나 그럴 일이 아니다.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라고 받아 쳤다. 그러다 정확히 한 달 뒤 상황의 급박함을 파악하고 슬며시 꼬리를 내린 것이다.

다만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마스터플랜 추진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시장은 “오늘 발표는 사업을 언제 재개하느냐가 아니라 이를 보류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사업 진행과 관해선 앞으로 국토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내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를 할 계획이었던 만큼 내년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할 것과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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