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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엔 절도, 대낮엔 성폭행까지… 범죄에 신음하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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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엔 절도, 대낮엔 성폭행까지… 범죄에 신음하는 쪽방촌

입력
2018.08.26 20:00
수정
2018.08.27 09:5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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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 등 거동 불편한 사람 많고

순찰차 접근도 힘들어 범죄 타깃

[저작권 한국일보]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문이 더위를 피해 모두 열려있다.
[저작권 한국일보]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문이 더위를 피해 모두 열려있다.

“원래 여름엔 문 열고 자는데, 이젠 밤에 무조건 닫아 놓고 잡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일용직노동자 김모(52)씨는 열대야가 몰려와도 잠들기 전 문을 꼭 잠근다. 쪽방촌 주민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려서다. 김씨는 “문을 열어 두고 잔 8일 하루 일당보다 많은 금액인 15만원을 도둑맞았다”라며 “며칠 전엔 또 다른 기초생활수급자가 밤 사이 40만원을 잃어버리는 등 일주일에 한두 건씩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쪽방촌은 대낮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지난 20일 낮 12시20분 노숙인 이모(47)씨가 돈의동 쪽방촌에 침입해 주민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살짝 열린 방문 틈 사이로 피해자가 혼자인 것을 확인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한 바 있는 이씨는 범행 당시에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주거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특성상 주민 간 시비가 강력사건으로 커지기도 한다. 올 1월엔 돈의동 쪽방촌 주민 민모(66)씨가 휘두른 흉기에 이곳 청소공공근로자 노모(49)씨가 배와 손을 크게 다쳤다. 민씨가 휴대용 버너로 고기를 삶아먹는 모습을 본 노씨가 “화재 위험이 있다”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랑이가 큰 싸움으로 번졌다. 노씨는 몇 달 병원 신세를 진 뒤에야 퇴원했지만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는 처지다.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대처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혼자 사는 주민이 대부분이기 때문. 4월에는 50대 후반 주민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간호사에 의해 발견됐고, 최근 월세를 받으러 간 집주인이 단칸방서 3일 전 숨진 50대 남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쪽방촌이 범죄에 신음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기껏해야 선풍기밖에 없어 하루 종일 문을 열어 두고 지내는가 하면,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 범행의 타깃이 되기 쉽다. 도로가 좁고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이 많아 순찰차 접근이 어렵고 도보 순찰 효과가 떨어지는 점도 치안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민들이 직접 방범 활동에 참여하는 자율방범대 운영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실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관할하는 용중지구대는 “작년에 비해 올해 5대 범죄 신고가 24% 감소하는 등 자율방범대를 운영한 뒤 지역 범죄 신고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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