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이 고령인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65세 이상에서 신체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의 50% 이상이 낙상이기 때문이다. 구경회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교수는 “낙상으로 입원한 고령 환자의 50% 정도만 1년 이상 생존한다”며 “한 번 낙상한 고령인이 다시 낙상할 위험이 60~70%”라고 했다. 자다가 화장실을 3번 이상 들락거리면 낙상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낙상은 예방이 중요한데 근육 강화와 관절 운동이 낙상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령인 10% 꼴로 ‘낙상 후 골절’ 경험
특히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고령인은 낙상 후 골절 위험이 크게 늘어난다. 고령인 10명 가운데 1명이 낙상 후 골절을 겪는다. 문제는 낙상 후 골절로 신체활동이 줄면 근력이 약해져 완치 후에도 활동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을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5일 만에 근력이 9% 빠지고 2주 만에 23%까지 근력이 줄어든다”며 “특히 누워만 있으면 혈액순환도 잘 되지 않아 말초혈관에 혈전이 생겨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막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긴다”고 했다. 또 누워 있으면 욕창, 부종, 요로감염, 결석 등이 생기기 쉽다.
낙상 후 생기는 골절로는 손목 골절이 가장 많다. 넘어지면서 반사적으로 손을 바닥에 짚기 때문이다. 척추골절과 엉덩이관절(고관절) 골절도 흔하다. 낙상 원인으로는 시력 감퇴나 치매, 퇴행성 관절염, 만성질환, 음주 등이 꼽힌다.
고령인의 낙상 골절 사고 가운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엉덩이관절 골절이다. 엉덩이관절 골절은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부위가 부러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뼈가 급속히 약해져 교통사고나 추락 등 큰 충격을 받는 상황이 아닌 길에서 미끄러지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정도로도 엉덩이관절이 골절될 수 있다. 이 부위가 골절되면 수개월이나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기에 폐렴, 욕창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오래 누워 지내면 혈전이 생겨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합병증도 부를 수 있다.
넘어지는 순간 척추에 많은 하중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척추압박골절도 문제다. 배장호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척추 골절이 생기면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통증을 느낀다”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더 아프고, 다리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배 원장은 “이를 방치하면 만성 허리 통증을 일으키고 심장과 폐 기능까지 약해지기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육 강화ㆍ관절 운동이 예방법
1년 동안 낙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고령인은 21%나 된다(2011년 노인실태 조사). 이 가운데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72.4%이고, 낙상으로 인한 후유증도 47.7%나 됐다. 이런 고령인 낙상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실내에서 무릎 굽혔다 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실내 자전거 타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겨울에 눈이 내린 뒤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하다면 푹신하고 편한 신발보다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도 낙상을 줄이기 위한 한 방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낙상 예방 운동법]
①스쿼트(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
-양발을 어깨넓이로 벌려 선 후 양팔은 앞으로 향하게 한 후 자신의 능력에 맞게 1~2초간 쪼그려 앉았다 일어선다.
-위 동작이 익숙해지면 양손을 양 허리에 대고 똑같이 실시한다.
-고령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균형을 잘 잡지 못하면 벽을 이용해 실시한다. 운동파트너가 있으면 서로 손을 잡거나 등을 맞대고 할 수 있다.
②발뒤꿈치 올리기
-발뒤꿈치를 들어 까치발로 섰다 내려온다.
③한 발 옆으로 올리기
-의자나 식탁 등을 손으로 짚고 한 쪽 발을 쭉 펴 옆으로 들어 올린다.
※ 모든 운동은 10~15회를 1세트로 해서 하루 3세트씩 실시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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