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제도이다. 그러나 최근 이를 통해서 노인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졌다는 소식이 들리기보다는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기존의 추계보다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시점이 3년 앞당겨져서 2057년에 고갈될 것이란 예상이 발표되었다. 이번 재정 추계에서의 기금고갈시점 변경은 정책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예상을 빗나간 출산율 저하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인상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기사들은 어려운 용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국민연금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청년 입장에서는 실제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 제도를 계속 믿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의심이 견고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년들은 그렇지 않아도 취업문제 등으로 고달픈데 국민연금과 관련된 논란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젊었을 때 열심히 낸 국민연금 보험료가 노인이 되었을 때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해 배척하기 전에 중요한 내용은 먼저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청년들은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이 전 세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공적연금을 수십 년 혹은 100년 이상 운영해 오고 있는 서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기금에 해당되는 기금 자체가 없다는 사실은 아마 모르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국민들 절대 다수는 기금이 없다고 해서 급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적연금에서 기금 규모와 공적연금의 지급 중단과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있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연금 기금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적연금 기금이 없는 선진국의 경우 연금급여 지급을 위한 부담이 경제활동인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인구고령화 시대에 청년층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금이 적립되어 있으면 그 부담을 완충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기금은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외국 이야기를 좀더 해보자. 모든 선진국들이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인간이 지금까지 은퇴 이후 소득손실에 대한 보장 수단으로서 공적연금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연금이 없었다면 여러분들은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까지 짊어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청년들이 그들의 노후를 위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청년들은 국민연금이 잘 정착되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지지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국민연금을 믿으라는 건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서 청년들은 국민연금의 냉철한 감시자 역할도 해 주어야 한다.
고령화시대에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공적연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선진국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자국의 공적연금 제도를 사회환경 변화에 조응하도록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면서도 한결같이 그 근본원리는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은 계속하되,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은 잊지 말기를 기대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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