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6.25 전쟁 이후 60여 년 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헤어질 때 여섯 살이었던 아들은 어느새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했고 89세의 아버지는 태어난 줄도 몰랐던 67세의 딸과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산가족들이 이처럼 오랜 세월을 떨어져 지내는 동안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것과 같이 남북의 언어도 7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질화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말의 명칭부터 ‘한국어’와 ‘조선어’로 서로 다르고, 공용어 또한 ‘표준어’와 ‘문화어’로 다르게 부르며 그 정의 역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과 ‘혁명의 수도인 평양을 중심으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민족적 특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말’로 다르게 내리고 있다.
남북의 언어 차이는 어문 규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1954년 북한에서 ‘조선어 철자법’이 시행되면서 두음법칙을 부정하게 되었고 종래의 사이시옷 대신에 사이표를 사용해 ‘깃발’을 ‘기′발’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이후 1966년에는 ‘조선말 규범집’이 간행되면서 사이표까지 폐기해 조선어에서 사이시옷이 사라지게 되었다. 반면 남한에서는 언중들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두음법칙과 사이시옷을 사용하는 언어 현실을 반영해 1988년에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문교부 고시로 발표하였다.
또한 남한에서는 언중들의 언어 습관을 따라 서구의 외래어를 표준어로 많이 수용하고 있는 데 비해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강력히 통제해 대부분 고유어로 풀이해 사용하고 있고, 한자어 역시 어려운 한자어나 중국식 한자말을 지양하고 대신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나가는’ 문화어로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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