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트럼프 가문과 긴밀한 관계 맺은
재무총괄 웨이젤버그, 수주일 전 대배심 출석 증언
‘충복’ 코언ㆍ’절친’ 페커 이어 등돌린 세 번째 측근
트럼프, 점점 더 사면초가 몰려… “주변인들 경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에서 수십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부회장으로 일해 온 앨런 웨이젤버그(71)가 ‘트럼프 성추문 합의금’에 대해 기소 면제 대가로 입을 열었다. 뉴욕연방검찰이 수사 중인 이 사안과 관련,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은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 ‘절친’ 데이비드 페커 아메리칸미디어(AMI)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그가 세 번째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는 별개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및 사법방해 의혹과 밀접히 연관된 이 사건에 있어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오랜 측근마저 등을 돌린 셈이어서 향후 수사 전개 과정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웨이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혼외 정사 입막음용 돈 지급 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연방검찰에 제공하는 대가로 기소를 면제받고, 수주일 전 대배심에 출석해 이를 증언했다. 다만 해당 증언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SJ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전하면서 “웨이젤버그와 트럼프의 변호인은 WSJ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합의금’이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와 과거에 성관계를 맺었던 여성 2명에게 ‘외부 발설 금지’를 조건으로 각각 10만달러 이상의 거액이 건네진 사건을 가리킨다. 코언은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전달했고, 언론기업 AMI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에게 관련 이야기의 독점보도권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15만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내셔널 인콰이어러’ 등 여러 잡지를 소유한 AMI는 트럼프 대통령과 맥두걸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사건 자체를 덮어 버리기 위해 이야기의 판권을 구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웨이젤버그의 증언은 일단 두 사안 가운데 클리포드 관련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WSJ는 그에 대해 “2016년 대선 직전 클리포드에게 코언이 (개인 자금으로) 13만달러를 건넨 이후, 트럼프그룹을 통해 이 돈이 코언에게 변제되는 과정을 도운 임원들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부터 트럼프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웨이젤버그는 수십년간 트럼프그룹 수석부회장 겸 CFO를 맡은 데 이어,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와 함께 트럼프그룹 재무를 총괄해 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코언이 AMI로부터 ‘맥두걸 스토리’를 다시 사들이려 하는 과정에도 웨이젤버그가 수시로 등장한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코언과 AMI의 거래는 성사되진 못했지만, 코언이 당시 웨이젤버그의 지침에 따라 행동했었다는 것이다. 코언은 지난 21일 법정에서 두 여성에게 전달된 입막음용 돈과 관련, 자신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연방정부 후보자(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돈을 지급했고, 이는 선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었다”라고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뒤이어 AMI의 CEO인 페커가 연방검찰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처벌을 면제받은 사실도 미 언론들의 보도로 공개됐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웨이젤버그마저 수사에 협조한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최소한 ‘성추문 합의금’ 사건에 한정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점점 더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 됐다. WSJ는 “세 사람이 연방검찰 수사에 제공한 정보가 ‘코언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입증에만 국한돼 있는지, 향후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은 불분명하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최근의 일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인들을 경악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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