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런던 도심에 나타난 커다란 탱크.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내며 그 위에 올라탄 백발의 한 여인이 있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77)다. 우리에겐 생소한 모습이지만 영국인들에겐 새롭지 않은 익숙한 장면이다. 수많은 카메라플래시를 받는 그 역시 익숙한 듯 단호한 눈빛으로 취재진을 응시하고 있다. 탱크에서 내려온 웨스트우드 손에는 '수압파쇄법은 유해하다'는 피켓 하나가 들려있다. 그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수압파쇄법을 당장 중지하라는 시위대의 맨 앞에 섰다. 이들은 지하에 암석을 뚫기 위해 사용되는 물이 메탄올, 염화나트륨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이라 인체에 유해함은 물론 강이나 호수에 흘러 들어가 물고기의 집단폐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웨스트우드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환경운동가다.
지난 2015년부터는 지구 환경과 기후 변화를 위해 “적게 사고, 잘 골라, 오래 입자”는 철학을 패션에 반영했다. 옷을 파는 디자이너가 적게 사고 오래 입자는 파격적인 철학을 내세우자 유명인사들도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웨스트우드는 지구의 환경 보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그린피스 활동에 합류했다.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등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는 펑크의 여왕이자 문화의 아이콘인 웨스트우드의 삶과 철학을 담았다. ‘2018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조명 받았다. EDIF측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로 남성 중심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형건 EDIF의 사무국장도 “웨스트우드가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내어왔고, 사회적인 편견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가 깊이 있게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EDIF의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추천작 10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총 79분. 25일 EBS1 오후 6시 45분 방송.
연출
로나 터커 감독은 엉클, 더 컬트,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 등과 같은 록밴드의 프로모션 비디오와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을 위한 단편을 만드는 것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번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액티비스트’는 그녀의 첫 장편 작품이다.
강추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발돋움한 웨스트우드의 삶이 궁금하다면 꼭 보시길. 70대 할머니의 열정과 도전이 무척이나 아름다우니.
비추
평범한 패션디자이너의 일상을 엿보길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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