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24ㆍ경북도청)이 대한민국 여자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김서영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수영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2분08초34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 4월 자신이 작성한 한국기록(2분08초81)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김서영은 라이벌인 일본의 오하시 유이(22)와 피 말리는 레이스 경쟁을 펼쳤다. 둘은 올 시즌 ‘장군’ ‘멍군’을 부르듯 번갈아 세계 1위 기록을 작성했다. 김서영이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분08초61에 들어오자 오하시는 아시안게임 직전인 8월 도쿄팬퍼시픽 수영선수권에서 2분08초16으로 응수했다.
앞서 지난 21일 아시안게임 개인혼영 400m에서는 오하시가 금메달, 김서영이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김서영은 주 종목 200m에서 기어이 설욕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1위를 확인한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 뒤 그 간의 고생이 떠오른 듯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한국 여자 수영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3관왕(배영 100mㆍ200m, 개인혼영 200m)에 빛나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후 36년 만이다. 또한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 평영 200m 정다래 이후 8년 만에 나왔다. 한국 수영은 2014년 안방에서 열린 인천 대회 ‘노골드’의 수모도 씻어냈다.
개인 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순서로 헤엄치는 종목이다. 다양한 영법에 능하고 지구력과 체력도 뒷받침돼야 하기에 ‘수영의 꽃’이라 불린다. 163cm, 54kg의 김서영은 경쟁자들에 비해 체격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영법이 부드럽다는 장점을 지녔다
접영과 배영에 강한 반면 평영에 다소 약한 김서영은 이날 레이스 초반 승부수를 던졌다. 첫 50m 접영 구간부터 속도를 내 1위로 통과한 뒤 배영에서도 선두를 유지했다. 평영 구간에서 오하시가 턱 밑까지 따라왔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고 마지막 자유형 구간까지 1위를 지켰다.
아시아를 제패한 김서영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본다. 김서영을 지도하는 김인균 경북체육회 감독은 대회 전 “우리의 최종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아시안게임 순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김서영이 자신의 기록을 또 넘어설 수 있느냐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매일 1만m 이상 헤엄치는 혹독한 훈련을 견딘 김서영은 자신의 한계를 거뜬히 넘어섰다.
내년 7월 광주에서 벌어질 세계수영선수권에 이어 최종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수영 최초로 시상대 맨 위에 서겠다는 김서영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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