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지난 8월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가가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도로의 방음벽을 찍은 영상을 캡처한 것입니다.(영상보기)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새들의 사체가 도로에 널려 있습니다. 지난 7월 카라가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방음벽을 조사했을 때도 단 10분 만에 방음벽 한쪽 면에서 사체 7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발견된 사체들 중에는 ‘새호리기’ 같은 멸종 위기종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그런데 이 방음벽에는 공통적으로 ‘버드세이버’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새들이 방음벽을 피해갈 수 있도록 버드세이버는 새들의 천적인 독수리 모양인데요, 새들이 이 스티커를 미처 보지 못한 걸까요?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조류의 시력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좋다고 합니다. 진짜 독수리와 스티커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나쁘지 않다는 거죠. 이 때문에 창문에 한 두 개의 독수리 스티커를 붙여둔 것으로는 유리창 충돌 예방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도심 속 새들이 인간이 만든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 나올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정부는 연말을 목표로 국내 건물 유리창과 방음벽의 조류 충돌 피해를 파악하고, 충돌 방지와 저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기 전에, 실생활에서도 작은 실천으로 새들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창문 전체에 불투명 또는 반투명 필름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가로 5cm 세로 10cm 크기의 스티커를 일정 간격으로 부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이 규칙을 적용해 창문에 아크릴 물감을 찍어도 됩니다. 창문 바깥에 차양막과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하다못해 블라인드나 커튼을 치는 것도 새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안타깝게 죽어가는 새들이 하루빨리 줄어들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필요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