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들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ㆍ遊客)이 예전과 같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면세점 상품을 구매 대행하는 보따리상(다이공ㆍ代工
) 덕택으로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이루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업계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한 85억 5,919만달러를 기록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 등 주요 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도 13억 4,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9억 8,300만 달러)보다 36.7%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유커의 방한이 완전히 정상화 되지 않았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다이공들의 활약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다이공이 면세점 매출 상승을 장기적으로 주도하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 악화다. 지금이야 매출을 올려주는 다이공이 면세점 업체들로서는 고마운 존재지만, 관광객이 아닌 보따리상이 면세점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게 되면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주요 면세점들은 단체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가이드나 여행사한테 판매금액의 10% 정도의 뒷돈을 제공했었다. 하지만 인당 구매가가 높은 다이공의 경우 유커 보다 더 많은 뒷돈을 지불해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업지만 업체들은 다이공 유치를 위해 20~30%의 수수료를 지불해 왔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이공들이 장기간 국내 면세점 제품을 중국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쇼핑 관광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품질이 좋은 진짜 제품을 한국 면세점에서 살 수 있다는 이유가 컸는데, 다이공들이 장기간 한국면세점 제품들을 중국에 공급하면서 쇼핑 관광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국내 면세점 업체들과 화장품 제조사들은 인당 구매 한도를 두는 등 자율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형으로 움직이는 다이공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더구나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 유일하게 매출을 올려주는 다이공들에 대해서 국내 면세점들이 강한 규제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 면세점 관계자는 “다이공이 늘어날 수록 면세시장은 왜곡되지만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다이공에 물건을 팔지 않을 수는 없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다시 찾아 면세점에서 다이공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관광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상하이 지역 일부 여행사에 한국 단체 관광 상품을 판매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만큼 면세 업계는 유커의 완전한 복귀가 멀지 않았음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국내 관광업계는 이번 조치에도 전세기와 크루즈선 운항 불가, 국내 최대 면세점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러 제한을 아직 두고 있어 유커의 방한 효과가 당장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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