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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살바도르, 중국 간섭 수용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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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살바도르, 중국 간섭 수용 유감”

입력
2018.08.24 17:00
수정
2018.08.24 18: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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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양국 수교 이례적 비판

중국 팽창외교에 강력 대응 시사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장관이 지난 21일 양국 수교 체결 선언문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장관이 지난 21일 양국 수교 체결 선언문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과 중앙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 간 전격적인 수교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미국 백악관이 직접 나서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팽창외교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시점상 4차 무역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란 점에서 미국이 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강경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밤늦게 낸 긴급성명에서 중국과 엘살바도르 간 수교에 대해 “엘살바도르 정부가 중국의 명백한 간섭을 수용한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엘살바도르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단기적인 경제성장이나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중국과 수교하거나 관계를 확대하려는 국가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중국의 경제적 유인책이 파트너십이 아니라 경제적 의존성과 지배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또 “중국이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관계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에 대해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과 엘살바도르 간 수교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국무부가 아니라 국정을 총괄하는 백악관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앞마당 격인 중앙아메리카 국가들과 연이어 수교를 맺거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명분으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자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미국은 2008년 건설된 라 유니언 항구가 중국의 군사 기지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수교 과정에서 물동량 부족으로 방치돼온 이 항구를 독점 경영하는 대가로 40억달러(약 4조4,780억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이번 성명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미중 간 4차 무역협상 직후에 나온 것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자 중국과 엘살바도르가 수교를 선언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고 나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예고한 신호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엘살바도르와의 수교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엘살바도르는 모두 주권국가로서 자국의 대외관계를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하이(上海) 코뮈니케’ 규정에 따라 중국과 엘살바드로 간 수교를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과 엘살바도르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남미 순방 직후인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수교 수립 공동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이를 두고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고립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대만여행법’에 근거해 차이 총통의 순방 및 귀국길 중간기착을 허용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방문 등을 허용한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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