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10분위 중 하위 1~5분위
올해 1, 2분기 가구소득 뒷걸음질
우리나라 가구를 소득 순으로 10개 그룹으로 등분해 소득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중간소득 이하 5개 가구 그룹은 올해 1, 2분기 연속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무색하게, 저소득층부터 중산층까지 국민 절반이 수입이 줄어 가난해진 것이다.
24일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소득 10분위별 가구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및 2분기(4~6월) 1~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을수록 소득 감소폭도 컸다. 소득 최하위 1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율은 10%대(1분기 12.2%, 2분기 13.0%)에 달했고, 중간소득 계층인 5분위 가구 역시 1분기 0.9%, 2분기 1.9%의 소득 감소를 겪었다.
이는 최근의 가계소득 악화 현상이 내수경제의 중추인 중산층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서 전날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선 저소득 가계의 수입 감소만 두드러졌다. 가구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눠 분석하다 보니 하위 40%를 포괄하는 1, 2분위는 모두 두 개 분기 연속 소득이 줄었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중간소득 계층인 3분위는 소득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1분위 0.2% 증가, 2분위 0.1% 감소)으로 비쳤다. 그러나 보다 세분화된 소득 기준을 적용해 가계 사정을 살펴본 결과 소득 감소가 단지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비(非)임금 근로가구에서 보다 광범위한 소득 감소가 나타났다. 소득 10분위별 가구소득 자료에서 가구주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인 ‘근로자 외 가구’를 추출 분석한 결과 1~7분위, 그러니까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1, 2분기 연속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소득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구(6~10분위)라고 해서 모두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6~10분위 안에서도 고소득 가구일수록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 뚜렷하다. 소득 최상위 10%인 10분위 가구는 올해 들어 두 자릿수(1분기 10.7%, 2분기 12.8%)의 소득 증가율을 구가한 반면, 중산층 쪽에 가까운 6분위(1.1%, 1.4%)와 7분위(2.8%, 3.7%)의 수입은 이 기간 전체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3.7%, 4.2%)을 밑돌았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의 혜택이 일부 고소득층에 집중된 셈이다.
중산층마저 가구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인건비 인상 정책이 정책 수혜 대상으로 여겨지던 저소득 근로자의 실직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고용하는 중산층 자영업자에게도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산층(소득 5분위 기준 3, 4분위) 가구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 안팎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 두 자릿수(16.4%) 인상이 올해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이 올해 7월부터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정책이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고용 감소, 내수 부진 등으로 중산층 이하 가계의 소득 개선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했던 제조업의 붕괴가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으로 확산됐고, 이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가 자영업ㆍ서비스업 부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 감소가 (중산층을 포함한)여러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3분기 지표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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