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으로 비실용적” 입장 불구
미국의 대이란 제재 여파 때문인 듯
브리티시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유럽 대형 항공사들이 다음달부터 이란 항공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 타결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풀리면서,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이듬해부터 취항 재개에 나선 지 2년 만에 또다시 이란의 하늘길이 닫히고 있는 셈이다. 항공사들은 ‘상업적 판단’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부활에 따른 여파로 해석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다음달 말부터 ‘영국 런던~이란 테헤란’ 노선 취항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런던발 테헤란행 항공편은 9월22일, 테헤란발 런던행은 9월23일 마지막 운항을 하게 될 예정이다.
브리티시항공 측은 “런던~테헤란 노선이 상업적으로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운항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고객들의 여행 계획에 불편을 끼치게 돼 유감스럽다”면서 운항 중단 시점 이후로 항공편을 예약해 둔 고객들에겐 환불 또는 다른 항공사로의 변경 알선 등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리티시항공은 2012년부터 4년간 이란 취항을 중단했다가 2016년 9월 재개한 바 있다.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도 이날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낮다”면서 다음달 18일부터 이란으로 취항하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의 경우 이미 이달 초부터 이란행 항공편을 감축했는데(주 3회→주 1회), 이마저도 한 달 반 만에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에어프랑스와 함께 ‘에어프랑스-KLM’ 지주그룹에 속한 네덜란드의 KLM항공도 지난달 암스테르담~테헤란 직항편을 9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이 대형 항공사들이 이란에서 속속 발을 빼는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 이란 국민들의 해외 여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은 이달 초 대이란 경제ㆍ금융 제재를 재개한 데 이어, 11월에도 2차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많은 서방 기업들이 이란에 대한 투자나 사업 계획을 포기하고 철수함에 따라, 비행 수요 자체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운항 중단’이라는 극약처방 대신 사태를 관망하며 당분간은 이란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항공사도 일부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 오스트리아 항공 등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는 테헤란행 노선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프랑스도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 ‘준(Joon)’을 통한 이란 항공편은 유지키로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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