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동기 83% “생계유지 목적”
준비기간 3~6개월 미만 많아
“중장년층이 임금 근로 영역서
오래 머물 수 있는 대책 필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내놓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할 수 있는 응급처방은 다 썼다.” “그러나 체감 효과는 의문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처한 한계상황은 단지 재정 투입을 통한 일시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발등의 불’을 넘어선 지 오래라는 것이다. 재취업 유도를 통한 유입 조절, 자생력 제고, 복지망 확충 방안 등 중장기 대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정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대책의 골자는 근로장려금(EITC) 지원 규모와 대상 확대, 일자리 안정 자금 증액, 카드 수수료 경감,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사회보험료 지원, 폐업 자영업자에게 구직촉진수당 지급 등이다. ‘7조원+α’의 지원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급한 불 끄기에 집중한 나머지 근본적인 자영업 생태계 제고,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자영업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장년층이 속수무책으로 일자리를 잃고 ▦ 위험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대안이 없어) 창업을 결심하고 ▦어떤 조언과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과밀업종에 뛰어 들며 ▦다시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국내 자영업 생태계부터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은 학계의 오랜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미국,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38개국 가운데 3위다. 우리 인구가 약 5,000만 명으로 세계 27위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1%로 추세로는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10% 내외 수준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이상이다. 이들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8만1,000명, 1인 자영업자가 398만2,000명이었다.
무엇보다 자영업 신규 진입을 줄여나갈 장치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세적으로는 자영업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수준에서 높은 상황”이라며 “직업이동의 측면에서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게 되는 것이 자영업이 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제도권 임금 근로’ 의 영역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경기 및 고용 관련 거시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영업 정책의 측면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원의 ‘2013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의 창업동기는 ‘생계유지를 위해(다른 대안이 없어서)’가 82.6%로 압도적 1위다. 업종에 따라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전문ㆍ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0.6%), 교육서비스업(27.9%), 출판ㆍ영상ㆍ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24.2%) 종사자 일부였다.
중장년 자영업 창업자가 몰리는 운수업, 예술ㆍ스포츠ㆍ오락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는 ‘생계유지(대안없음)’를 창업 배경으로 지목한 이들의 비중이 93.6%, 87.3%, 85.8%에 달했다. 절박한 상황인데도 창업 준비기간은 3~6개월 미만이 26.2%로 가장 많았고, 창업 및 경영정보를 얻어본 경험을 묻는 질문엔 ‘얻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38.5%로 가장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같은 경향이 반복된다. 창업 준비기간은 평균 10.5개월에 불과했고, 창업교육 경험이 없는 경우가 82.4%에 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히 봉급생활을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이들은 없다”며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고, 불필요한 창업 없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망을 갖추고, 창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실제 기술과 정보를 충분히 줄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하는 세 가지 차원의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책은 ‘최저임금 상승 등 노동비용 충격에 대한 보완책’ 성격이 강해 보이는데, 많은 자영업자가 계속해서 폐업으로 몰리는 상황을 그냥 둔다면 그 재정 투입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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