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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에 갇혔던 제주, 사흘만에 고립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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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에 갇혔던 제주, 사흘만에 고립 ‘탈출’

입력
2018.08.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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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제주기점 항공기 운항 정상화 

 제주 뱃길도 대형 여객선부터 재개 

 발 묶였던 5만여명 제주 빠져나가 

 시설물ㆍ1차 산업 피해 점점 늘어나 

 도, 행정력 총동원 원상복구 안간힘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한 애플망고 비닐하우스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 농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한 애플망고 비닐하우스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 농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영향으로 이틀째 고립됐던 제주의 하늘길과 뱃길이 24일 사흘만에 다시 열렸다. 이날 오전부터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됐고, 오후에는 대형 여객선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태풍 솔릭이 제주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인명피해와 함께 각종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24일 제주가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제주기점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56분쯤 김포에서 출발한 진에어LJ931편이 제주공항에 착륙하는 등 대부분 항공편이 정상 운항하고 있다. 다만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울산ㆍ김해 등 일부 지역 공항 사정으로 해당 노선의 일부 항공편은 결항됐다. 이날 제주공항에서는 총 565편(출발 277ㆍ도착 288)이 운항할 예정이다. 이 중 88편(출발 36ㆍ도착 52)은 항공사에서 증편 운항하는 임시편이다. 앞서 제주공항은 지난 22일 오후 6시부터 23일까지 이틀간 항공기 운항이 전면 결항되면서 사실상 폐쇄됐었다. 이 때문에 관광객 등 5만여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다. 항공사들은 결항편 승객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수송하기 위해 임시편을 투입키로 했다.

제주를 잇는 뱃길도 이날 오후 4시30분 제주–녹동 간 여객선 시작으로 제주–목포 등 3개 노선 여객선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오전 12시 현재 제주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돼 소형 여객선 운항은 통제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삼양1동에서 태풍에 날려 옆집을 덮친 태양광발전 패널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삼양1동에서 태풍에 날려 옆집을 덮친 태양광발전 패널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 한국일보]23일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제주지역 관광지에 설치된 대형 인형과 기린 조형물이 강풍에 쓰러졌다. 독자 제공.
[저작권 한국일보]23일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제주지역 관광지에 설치된 대형 인형과 기린 조형물이 강풍에 쓰러졌다. 독자 제공.

태풍 솔릭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줄면서 제주를 빠져나가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늘어나 피해를 키웠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19분쯤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에서 일행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박모(23ㆍ여ㆍ서울)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박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일행 1명도 부상을 입었다.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지거나 전선이 끊기면서 대규모 정전 사고가 발생해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22일 밤부터 23일 오후 11시까지 서귀포 안덕면ㆍ대정읍, 제주시 조천읍ㆍ삼양동 등의 1만4,639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복구작업은 기상 악화로 차질을 빚어 23일 밤늦게 완료됐다.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로 공공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22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동방파제 공사장에서 보수ㆍ보강재용 석자재 91톤이 파도에 휩쓸려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과 2016년 태풍 피해가 발생했던 제주시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의 지붕이 이번 태풍에도 파손됐다. 도내 초중고교 17개 학교 건물이 일부 파손됐고,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승객대기실과 면세점 천장 곳곳에서도 빗물이 샜다. 또 제주시 구좌읍 입구 교차로 등 신호등 97곳이 파손되거나 작동이 멈췄다. 서귀포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명물인 야자수와 과수원 방풍림으로 쓰이는 삼나무 등 130여그루가 강풍에 쓰러졌다. 폭우로 불어난 물로 67건의 하수관역류사고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간판, 펜스, 전기시설 등에 대한 119 안전조치도 555건에 달했다.

농작물 등 1차 산업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귀포지역 비닐하우스 3동이 모두 파손됐고, 양식장과 축사 지붕이 부서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또 콩, 양배추, 메밀 등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아 향후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도내 태풍 피해 현장을 돌아다니면 점검을 벌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태풍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원상복구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3일 오전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영향으로 제주지역에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출근길에 나선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물이 없는 건천인 제주시 오라2동 한천이 폭우로 흙탕물로 변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3일 오전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영향으로 제주지역에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출근길에 나선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물이 없는 건천인 제주시 오라2동 한천이 폭우로 흙탕물로 변했다. 김영헌 기자.

한편 태풍 솔릭은 한라산 사제비오름(해발 1,450m)에 1044.5㎜의 물폭탄을 쏟아냈고, 제주시 302㎜ 등 해안 지역에도 100㎜ 넘는 폭우를 내렸다. 한라산 진달래밭(1,500m)에서는 지난 23일 오전 4시25분쯤 최대순간풍속 초속 62m을 기록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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