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우리나라와 북한의 사람과 풍경을 동일 조건, 동일 구도에서 촬영한 일본 사진가 유스케 히시다(45)의 사진전 ‘보더 | 코리아(border | korea)’가 전남 여수 노마드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여수·순천 10·19사건을 기리는 특별 초대전이다.
유스케가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지도상에 그어진 하나의 줄이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의문으로 작업을 시작한 유스케는 2009년 5월부터 2015년까지 7차례 방북, 북의 일상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한국에서도 동일 조건·구도로 촬영했다.
이 사진들은 지난해 사진집 ‘경계 | 한반도’(border | korea·리브로아르테)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집에 실린 작품 중 6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김상현 관장은 “유스케 히시다의 전시는 분단으로 야기된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새롭게 인식하고,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사진전이 남과 북이 서로를 하나의 민족으로, 같은 인간으로 제대로 인식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과 북의 청소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모습,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는 장면, 태권도를 하거나 발레를 하는 모습은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작가는 “겉으로 봤을 때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 기상 조건, 건물과 산천의 배치를 찾아 몇 번이고 걸음을 옮겼다”고 전했다.
자신의 사진을 통해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의 삶과 생각과 운명의 대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기존의 영상 매체 등에서 획득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7년 간 작업하면서 남북한 분계선을 사이에 둔 사진들 사이에 점점 다름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차이는 더 사라질지 모른다. 극적인 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북한에 대한 고착화된 가치관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다”는 마음이다.
유스케가 북한을 촬영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인의 북한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일본인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됐다”는 것이다.
허프포스트 일본판 인터뷰에서 “‘무서운 나라, 납치하는 나라, 싫은 나라’. 텔레비전에서 평양의 영상이 흐르면 일본인인 우리는 이런 선입견으로 북한을 본다. ‘이상한 나라’로 치부하고 거기서 생각을 멈춘다”며 “그런데, 거기에 비친 얼굴을 보고 ‘이들도 인간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작업했다고 답했다.
2014년 ‘제1회 한국다큐멘터리사진의 달’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유스케를 소개한 강제욱 사진가(수원국제사진축제 총감독)는 “지금까지 북한 사진을 여러 작가들이 찍어 왔지만 유스케와 같이 남북한을 동일조건, 동일구도에서 촬영한 작가는 아마도 세계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세습, 독재, 이데올로기, 탈북 등의 정치적 이유가 아닌 일상의 모습을 담아 북한 사회를 인간의 사회로 보여줘 감동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9월6일까지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은 휴관한다.
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