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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농지 강탈 국가 배상, 배보다 커진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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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농지 강탈 국가 배상, 배보다 커진 배꼽

입력
2018.08.2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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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지연되고 잇달아 패소하며 

 이자만 4600억원으로 원금 넘어 

 “대법원 선고 미뤄져 이자 불어나” 

 17건 더 남아… 배상 1조 넘을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 설민수)는 최근 백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백씨에게 23억1,2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60년대 서울 구로공단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백씨 토지 3,299㎡(998평)를 강제 수용한 행위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백씨가 실제로 받게 되는 금액은 44억원이 넘는다. 원래대로라면 농지 소유권이 백씨에게 이전됐을 시기를 1998년 말로 보고 1999년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매년 5%의 지연이자(총 2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재판부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이 구로공단 개발 명목으로 농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은 이른바 ‘구로농지 강탈 사건’의 법정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국가가 지급해야 할 배상금 중 지연이자 규모가 절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정권 시절 4년 반 동안이나 대법원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구로농지 피해 농민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41건 중 24건의 선고가 확정돼 총 8,686억원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이 가운데 재판부가 인용한 배상금 총액은 모두 4,103억원. 이자를 뜻하는 지연손해금은 이보다 많은 4,584억원에 달한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 때 구로공단을 조성하려고 농민들이 경작하던 구로동 일대 농지99만여㎡(약 30만 평)을 강제로 빼앗으면서 발생했다. 농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196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히려 소송사기 수사에 나서, 농민들을 불법구금하고 고문하면서 소유권을 포기하라고 종용했고 농민 대부분은 소송을 취하했다. 정부는 조작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1989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갔다.

이후 2008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공권력의 부당한 남용”이라며 진실을 규명하라고 결정했고, 농민들은 재심 청구로 2011년 무죄를 선고 받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농민들이 실제 배상금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김명수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후부터였다. 당시 대법원은 고(故) 이영복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재심청구 및 소유권 이전등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 유족에게 32억여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하고, 다른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재심 3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2013년 5월 항소심 선고 후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 무려 4년 반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불법적인 토지 강탈로 인한 손해 발생 시점을 1999년 1월로 보고 이후부터 연 5%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판결 지연으로 배상금 총액이 연간 수백억원씩 불어난 것이다. 피해농민들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이찬진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뚜렷한 이유 없이 선고를 미뤄 이자만 늘어난 꼴이 됐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정부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재판 결과에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도 나왔다.

더욱이 확정되지 않은 소송 17건의 소가(訴價) 합산액이 2,500억원에 달해 배상 총액은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백씨 사건에 대해 항소 결정을 하는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어 이자 규모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성수 법무부 국가송무과 검사는 “쟁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항소하지 않고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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