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강한 대천해수욕장 관광객 30% 줄어,
서늘한 계곡, 휴양림, 냉풍욕장, 프로 스포츠대회 등 인기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피서객들이 햇볕이 강한 해수욕장보다 서늘한 산과 계곡, 실내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는 등 관광 패턴까지 바꿔 놓았다.
23일 충남 보령시와 태안군에 따르면 올해 대천해수욕장을 방문한 관광객은 958만1,000명으로 지난해 1,359만1,000명보다 30% 감소했다.
무창포해수욕장은 16만5,600명이 찾아 지난해 94만4,500명보다 80%나 줄었다.
피서객 감소의 원인은 폭염으로 지목됐다.
보령시는 해수욕장의 강한 햇빛과 수온상승에 따라 해수욕장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이 계곡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휴가철 성수기인 이달 초 해수욕장을 찾았던 피서객 조차도 최고 기온이 35~38도에 이르자 일부만 물속에 들어가 물장구를 칠 뿐 모래사장은 텅 비다시피 했다. 피서객들은 “차라리 ‘불판’ 위를 걷겠다”며 해수욕장 인근 송림 그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에 반해 성주산 자연휴양림은 성수기 운영기간(7월13~8월19) 이용객이 3만5,3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242명보다 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이 맑고 차갑기로 유명한 성주 심원동과 먹방계곡은 올해 2만5,000명이 찾아 지난해 1만8,000명보다 38% 증가했다.
보령냉풍욕장도 입장객이 15만8,804명에 달해 지난해 8만9,205명보다 78% 늘었다.
보령시가 해수욕장 관광의 다양화를 위해 유치한 배구대회에도 인파가 몰렸다. 실내에서 치러진 ‘보령ㆍ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1만6,414명이 관람했다.
20여개 해수욕장이 있는 태안지역도 피서객이 급감했다.
올해 해수욕장 방문객이 168만명으로 지난해 218만명과 비교해 23% 감소했다.
해수욕장별로는 만리포가 지난해 48만명에서 35만명으로 27% 줄었다. 꽃지는 지난해 24만명에서 19만명으로 22% 감소했다.
이 때문에 태안 만리포와 꽃지 해수욕장 평상과 파라솔은 손님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등 해수욕장 상인들이 울상을 지었다.
몽산포도 24만명에서 17만명으로 29% 줄었다.
그러나 안면도 자연휴양림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1만1,900명에서 올해 1만3,000명으로 9.2% 증가했다. 남면 쥬라기박물관은 지난해 1만3,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7.7% 늘었다.
이는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강한 햇볕과 수온 상승 등으로 피서객들이 해수욕장 대신 시원하고 물이 차가운 계곡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지속된 폭염이지만 경기불황, KTX 노선 신설에 따른 수도권 관광객의 동해안 쏠림 현상도 한몫 했다”며 “머드축제 등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보령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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