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워 할 말이 없네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엽총 난사 참변이 발생한 지 3일째인 23일 경북 봉화군의 공무원들은 아직도 일할 분위기가 아니라며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고 손건호(48) 계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동료 계장은 "출퇴근하면서 항상 얼굴을 마주쳤었는 데 아직도 꿈만 같다"면서 "동료들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일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또 "손 계장은 일만 하느라 결혼도 늦어 아이가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라며 "참 성실하고 착한 데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손 계장은 대구시에 근무하는 부인과 봉화읍에서 주말부부로 착실하게 생활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20여년간 운동를 같이 했다는 한 동료는 "법이 필요 없는 친구"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획실 예산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진급해 봉성면에 배치됐다가 지난 8일자로 보직을 받아 고향인 소천면으로 갔는 데 이렇게 변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 이수현(38)씨가 친구 동생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수현이는 위로 누나만 4명 있는 5대 독자 순둥이"라며 "공무원이 된 이래 지금까지 3년간 성실히 일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이 되려고 6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 공부한 만큼도 근무하지도 못하고 갔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군청 민원담당 부서의 한 직원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 한마디로 쌩하다"며 "사무실에 민원인이 들어오면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생각부터 든다"고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소천면사무소 직원들은 어제부터 출근해 민원을 보고 있는데 모두들 제 정신이겠느냐"며 "괜히 그쪽(소천면사무소) 상황을 알아본다며 면사무소에 전화하지 말라는 지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조만간 소천면사무소 직원들을 모두 타 부서로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렇지만 소천면사무소 빈자리에 누가 선뜻 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직원은 "장례식 때 행정안정부 장관이 태풍 때문에 안올 것 같다"며 "근무 중 제 자식이 죽었는 데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잠시 다녀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오전 9시 30분께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김모(77)씨가 소천면사무소에서 직원들에게 엽총을 발사해 손건호(48·민원담당 행정6급) 계장과 이수현(38·민원담당 행정8급)씨가 숨졌다.
앞서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13분께 면사무소에서 3.8㎞ 떨어진 암자에서도 주민 임모(48·스님)씨를 쏴 임씨가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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