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손님 유치 문제로 붙은 시비
상권ㆍ주민불편ㆍ통행 문제 ‘확산’
주민 3000명 “조속한 철거” 진정
“저 펜스를 하루에도 수 백명이 넘어다닙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안전과 통행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길을 내주는 게 맞지 않나요.”
“애초 공공공지는 사람들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땅이 아닙니다. 잔디와 수목 관리를 위해 지금처럼 막아놔야 합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일대 주민들이 병원 정문 맞은편 상가주택을 가로막는 길이 160m 펜스의 존폐를 놓고 10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양산시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가고 있다.
23일 양산부산대병원 주변 상인과 주민들에 따르면 병원 앞 공공공지에 설치된 문제의 철제 펜스가 미관을 해치고, 상권 침체 등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주민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최근 김일권 양산시장에게 제출했다.
병원 앞 공공공지 갈등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원과 함께 병원 맞은편 주택가에는 10여개의 약국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들 약국으로 드나들 수 있는 통로는 택지로 들어가는 도로 두 곳뿐이어서, 사람들은 인도와 약국 사이에 조성된 너비 3, 4m가량의 공공공지를 지나다녔다.
하지만 도로변 약국들은 손님을 뺏긴다는 생각에 공공공지 통행이 불법이라며 계속해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시는 당시 공공공지 소유권을 갖고 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책을 요구, LH는 2009년 4월 공공공지 내 잔디를 보호한다며 길이 160m에 높이 90㎝의 펜스를 설치하고 통행을 막았다.
펜스가 설치되자 공공공지를 돌아 200여m를 왕래해야 하는 불편으로 상권은 급격히 위축됐고, 병원 개원 초기 들어섰던 약국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일부는 식당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주민 이모(51)씨는 “LH가 설치한 펜스는 몇몇 약국의 영업권 보호를 위해 나머지 상권과 주민을 희생시킨 특혜성 장애물”이라며 “자유로운 통행과 접근을 위해 설치한 공공공지를 이렇게 활용해도 되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민 김모(48)씨는 “최근 양산시로부터 받은 공문에 따르면 2008년 11월 3일 LH가 양산시에게 40㎝높이의 펜스를 양산부산대병원 맞은편 대로변의 모든 공공공지에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당초 계획과 달리 90㎝높이로 지금의 구간에만 설치가 됐는데, 이는 계획과도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특히 현재는 40㎝로 설치한다라는 문서만 남아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양산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전자상으로 문서가 오갔으면 서류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됐고, LH에 확인한 결과 해당 공문서는 없었다”면서 “시가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주민들간 의견이 다르고, 재산권 등에 관련이 있어 함부로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주민들이 펜스 설치에 대해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 법적으로도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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