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과학수사연구소 혈흔형태분석 실험실의 재현 실험
“허벅지 대동맥이 끊기면 굵은 핏자국이 그려집니다.”
2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대구과학수사연구소 5층 혈흔형태분석실험실. 전국의 과학수사 경찰관 20여 명이 지켜본 이날 혈흔형태 재현실험에서는 항응고제 500㎖를 첨가한 돼지 혈액 4.5ℓ가 사방에 흩뿌려졌다.옷에 흩뿌려진 핏자국과 단순 접촉때 묻은 핏자국을 구분하기 위해 각도, 높이, 용량이 다른 혈액이 뿌려졌고, 칼에 의한 ‘휘두름 이탈혈흔’과 주사기를 이용해 혈관에서 분출된 분출혈흔을 구분하는 실험도 이어졌다.서영일(44)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흔적연구실장은 “범인이 피해자를 흉기로 가격할 경우 속도에 의해 섬유 속 깊이 피가 스며들고,단순접촉일 때는 주로 표면에만 스며드는 등 출혈 사유에 따라 다른 혈흔이 그려진다”며 “혈흔 구분은 용의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날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혈흔형태분석 실험실을 설치한 후 처음으로 대구와 경북 서울 경기남부 강원 대전 경남 울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찰관 20여 명을 대상으로 혈흔형태 재현 실험을 펼쳤다.의복의 비산혈흔과 접촉혈흔 판단기법과 유혈사건 발생시 행위별 혈흔 형태 구분 실험이 실제 사건현장처럼 진행되면서 과학수사 내공이 한 단계 올라갔다.
실험에 참가한 대구경찰청 김영규(54ᆞ경감)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장은 “최근에는 폐쇄회로(CC)TV와 휴대폰,차량 블랙박스 등의 도움으로 범인이 쉽게 체포되지만 수사가 벽에 막힐 경우 혈흔은 가장 중요한 단서”라며 “혈흔은 실험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2012년 4월 대전 주공 아파트 살인사건, 2014년 3월 전남 마을회관 살인사건 등 단서가 부족한 사건현장에서 혈흔이 중요 단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이달 13일 대구 북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경찰은 만취상태로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A(23)씨를 붙잡았으나“만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잠시 고민했다.이때 사건현장에 투입된 과학수사 요원들은 범행 흉기와 피가 날아온 방향, 범인 위치 등을 재구성해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대구과학연구소 혈흔형태분석 실험실은 총 180㎡규모로 혈흔형태재현실과 모의현장실험실, 실험준비실, 암실·기자재실로 구성되어있다. 실험실은 앞으로 매달 1회 사건현장의 혈흔과 관련된 실험을 할 계획이다.
이상기(57) 대구과학수사연구소장은 “혈흔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지만 유혈이 낭자한 현장에는 기존 기법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다양한 혈흔들이 있어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기도 하다”며 “대구경찰청 실험실과협력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