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도 끊겨 이틀간 고립 가능성
관광객들 “더 머물러야 하는데
숙소부터 구하기 어려워” 발동동
“모레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항공기 좌석이 없다네요. 내일 오전에 예약했지만 항공기가 운항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22일 오전부터 제주국제공항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항공사들이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부터 제주기점 항공기가 운항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항공권을 구하려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공항 3층 출발대합실은 짐을 들고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 기존 일정도 취소한 채 급하게 달려온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항공사 카운터에도 항공권을 구하려는 승객들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곳곳에선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남편ㆍ자녀들과 함께 제주관광을 즐기기 위해 지난 19일 전남 여수에서 제주를 찾은 권수진(38ㆍ여)씨는 “23일 오후 2시에 떠날 예정이었는데 항공기가 운항을 못한다는 소식에 일정을 취소하고 공항으로 바로 달려왔다”며 “혹시나 기대했는데 오늘 출발하는 항공기도 결항됐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족 7명과 함께 관광을 온 양기숙(60ㆍ여)씨는 “23일 오전 11시에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태풍 때문에 오늘 오후에 떠나기로 했다. 항공권이 없을까 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공항에 왔는데, 표를 구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일정이 짧아져 관광을 다 못해 아쉽지만 천재지변인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오후 들어선 태풍특보와 함께 윈드시어(난기류) 특보가 발효되는 등 공항 주변의 기상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이날 오전까지는 정상 운항했지만, 오후 5시를 전후해 제주기점 줄ㆍ도착 항공기에 대해 결항 조치를 내리면서 제주공항도 사실상 폐쇄됐다. 이에 따라 관광객 등을 포함한 2만여명의 발길이 공항에 묶였다.
문제는 태풍 솔릭이 23일까지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타 지역 공항 사정에 따라 관광객 등이 제주를 빠져 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오전부터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등 뱃길도 끊기면서 제주지역은 이날부터 23일까지 이틀간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 S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을 인솔해 제주를 찾은 이모(55) 교사는 “학생 180명이 23일 오후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항공사로부터 결항 통보를 받아 난감한 상황”이라며 “하루 더 제주에 머물러야 하는데 인원 수가 너무 많아 당장 숙소부터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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