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후ㆍ측방 카메라 3개, 레이더 2개
GPS 1개 등 총 10개 센서 장착
가감속ㆍ조향ㆍ제동 등 전자 제어
‘군집 주행’ 기술 사용화 땐
운전자 숫자 줄고 연료 절감
물류 패러다임 획기적 변화 예고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물류시스템 구현에 한발 다가섰다. 40톤급 대형트럭으로 고속도로 40㎞ 구간을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트레일러가 달린 대형트럭이 국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21일 엑시언트 트럭(최대중량 40톤)이 자동차 부품을 싣고 영동고속도로(부곡IC~서창JC) 29㎞ 구간과 제2경인고속도로(서창JC~능해IC) 11㎞ 구간에서 1시간가량 자율주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트럭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있다. 3단계는 계획된 경로를 자동으로 따라가면서 장애물을 회피하는 수준이다. 돌발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차가 자율주행하는 동안 운전자가 계속 감시하지 않아도 돼 완전 자율주행에 가깝다.
급증하는 온라인ㆍ모바일 쇼핑과 맞물려 물류를 담당하는 대형트럭의 운행도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먼저 실용화될 대상으로 꼽힌다. 일반도로에서 불규칙한 상황을 자주 겪는 승용차와 달리 주로 고속도로 구간을 반복 운행해 운행 중 돌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럭에 자율주행 기술 적용하면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도 승용차보다 더 커 보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운전자 의존도가 낮아지며 24시간 운행이 가능해지면서 배송시간 단축과 거점별 물류창고 축소도 가능해진다. 또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도 사라진다. 물류업계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을 ‘물류 혁신’이라며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시험에서 물류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아산KD센터에서 실제 중국으로 수출될 차량부품을 엑시언트 자율주행 트럭에 실어 주행했다. 운전자는 의왕 컨테이너 기지를 지나 부곡IC(나들목)를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만 운전했고, 그 이후부터는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해 ▦자연스러운 차량 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 ▦지능형 차선 변경 기능 ▦앞 차량 차선 변경 인식 대응 ▦도로 정체 상황에 따른 완전 정지ㆍ출발 ▦터널 통과(2개) 등의 기술을 최고 제한속도(시속 90㎞)를 준수하며 선보였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제2 경인고속도로로 갈아타는 서창JC(분기점) 구간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총 40여 ㎞구간을 운전자 도움 없이 주행했다.
엑시언트 트럭이 자율주행 가능했던 이유는 전방 및 후측방 카메라 3개를 비롯, 전방 및 후방 레이더 2개, 전방 및 양 측면에 라이다(Lidarㆍ3차원 영상인식 센서) 3개, GPS 1개 등 총 10개의 센서를 설치해 주변 환경을 빈틈없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각 센서가 입수한 데이터는 정밀지도와 결합돼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보내지고, 전자제어 시스템이 상황별로 판단해 가감속, 조향, 제동 등을 제어했다.
이 트럭에는 기존 자율주행 기술과 차별화된 인식기술과 정밀지도, 판단ㆍ제어기술 등이 대거 탑재됐다. 트럭은 일반 승용차 대비 전장은 약 3.5배, 전폭은 1.4배, 차체 중량은 9.2배(비적재 기준) 가량 더 커 보다 정밀한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대형트럭이 등장하면 물류 산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두 차량의 이동구간을 뒤따르는 차량이 그대로 추종하는 ‘군집주행’기술 상용화가 트럭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라고 보고, 2020년을 기술 확보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운전자 한 명이 몇 배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으며 트럭 간 간격을 공기저항이 적어지도록 좁게 유지할 수 있어 연료도 최대 15% 절약된다. 볼보, 다임러, 스카니아 등 유럽 주요 상용차업체들은 2016년 시험 군집주행에 성공했으며 만트럭은 현재 독일 아우토반을 중심으로 하루 100여㎞ 구간을 시험 군집주행으로 화물을 운송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측은 “엑시언트 자율주행 시연 성공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물류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기술 고도화 과정을 통해 군집 주행과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수준을 조기에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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