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자동차보험료 올리나

태풍 ‘솔릭’이 북상 중인 21일 오후 제주 서귀포에 어선들이 대피해 있다. 제주=연합뉴스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보험사마다 차량 침수사고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업계는 6년 만에 찾아온 이번 태풍이 대규모 차량 피해로 이어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욱 악화될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태풍 솔릭이 기상청의 예상 경로대로 내륙을 관통할 경우 침수나 시설물 낙하로 인한 차량 파손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태풍(볼라벤ㆍ덴빈ㆍ산바)이 상륙한 2012년엔 차량 2만3,051대(보험 접수 사고 기준)가 피해를 입어 업계 추산 49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차량 피해가 가장 막심했던 때는 태풍 매미가 덮친 2003년으로, 차량 4만1,042대가 91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재보험 가입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현재 경로로 태풍이 북상한다면 손해율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태풍 피해가 커질 경우 보험업계가 줄기차게 필요성을 제기해온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차량 정비요금이 인상되고 상급ㆍ종합병원 2, 3인실 입원에도 기간 제한 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변수까지 합세하면서 업계에선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하는 눈치싸움은 있을지언정 더는 보험료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손해보험사들은 침수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임민경 AXA손해보험 파트장은 “보험료 인상보다 피해 자체를 막는 일이 급선무”라며 “피해 예상지역 운전자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는 행정안전부와 24시간 민관 합동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침수 우려 지역에 있는 차량을 발견하면 차주의 동의를 얻어 안전지대로 긴급 견인할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태풍으로 인한 자동차 피해 현황_신동준 기자/2018-08-22(한국일보)

태풍 피해가 발생하면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자차보험(자기차량손해)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태풍 피해는 2003년부터 자차보험 보상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5.2%다. 다만 이 경우에도 침수가 명백히 예상되는 곳에 주차했거나 정부가 운행제한구역으로 지정한 곳을 운전하다 피해를 입었다면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 있다. 김운기 손해보험협회 대리는 “실수로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뒀다가 물이 차도 보상 기준에서 제외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