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강화 목표로 매년 3억 지원
상임위 전문성 등 고려않고 선발
방식ㆍ내용 주제와 무관한 일정도

정치권 역시 선심성 연수에서 예외는 아니다. 특임장관실(2013년 폐지)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 국무총리비서실이 이어받아 진행 중인 국회 보좌진 대상 ‘정당원 해외정책 연수’는 매년 50여명(동행자 포함)에 3억원 가량(3회 기준) 예산이 투입되지만 보좌진 역량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진행 방식과 내용 면에서 함량 미달이란 지적이다.
특히, 주제와 연관성이 크지 않은 국회 보좌진이 대거 참여하는 점은 연수 목적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22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라온 ‘2017년 제1차 정당원 해외정책 연수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비서ㆍ비서관ㆍ보좌관 등 여야 국회의원 보좌진 13명 등 총 16명(총리실 2명ㆍ입법조사관 1명)은 지난해 6월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이란 주제 아래 이탈리아ㆍ스위스ㆍ독일 등 3개국을 방문했다. 연수 목적은 ▦4차 산업혁명 정책을 통한 역량 강화 ▦국회ㆍ정부 간 협력관계 구축 및 소통 강화가 중점 사항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이 보좌하던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 제각각으로 연수 주제인 4차 산업혁명과 두루 연관성이 깊다고 보긴 힘들다.
연수를 떠나는 보좌진은 국무총리비서실에서 공문을 보내면 보좌진협의회에서 자체 선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연수에서 7일간 찾은 기관은 5개로 순수 연수를 위한 기관별 방문 시간은 하루 1시간 30분~2시간가량이 전부다. 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두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힘들다”라며 “정확히 주제에 맞는 상임위(보좌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행사에서 마련한 ‘떠먹여 주기식 일정’으론 ‘역량 강화’ 목적 달성이 어렵단 점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사회보장제도’를 주제로 진행된 ‘2017 3차 정당원 해외정책연수(7박 10일)’에선 첫날 한 개의 일정을 소화한 뒤 이후 사흘 연속으로 ‘현지답사’ 명목뿐이었다. 7일 차에는 사회보장제도와 무관한 구글 본사의 근무환경을 둘러본 뒤 “한국에서 구글맵 서비스가 왜 안되느냐“, “네이버처럼 상위 노출 광고가 있느냐”와 같이 주제와 동떨어진 질의응답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마지막 8일 차 일정도 주제와 관련 없는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방문이다.
심지어 결과보고서마저 여행사가 담당한다. 국무총리비서실에 따르면 이 같은 보고서는 대부분 일정과 기관 섭외, 가이드 등 연수를 총괄한 여행사에서 전문가를 섭외해 초고를 작성한 뒤 국무총리비서실의 담당자들이 수정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방문 기관의 브리핑 내용부터, 질의응답, 사진 자료 등 모든 것을 여행사 측에서 마련하고 최종 검토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는 게 국무총리비서실의 설명이다.
역시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 연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4월 진행된 ‘2017년 1차 시민사회단체 해외연수’의 주제는 대기오염 해소 및 기후변화 대응(독일ㆍ영국 방문)이었지만 참가한 단체 중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해 현재 민족통일운동 등을 주로 하는 ‘충북흥사단’과 청소년 교육활동을 하는 두드림청소년지원네트워크, 자유경제원 등이 포함됐다. 4차 산업혁명 선진 사례(미국 방문)를 주제로 한 지난해 11월 제3차 연수에는 노무현재단, 노숙인복지시설협회 등이 포함됐다. 국회 보좌진 연수보다 짜임새 있는 일정에 견문을 넓힌다는 취지지만 주제와 관련된 학술 활동마저 전무한 단체까지 포함된 것이다. 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단체보다는 개인 활동가 기준으로 연수에 지원하는 것”이라며 “여러 단체에서 지원하다 보니 형평성에 맞춰 단체를 배분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