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 위에서 구르고 노는 걸 좋아한 활동적인 소년은 중학교 1학년 때 레슬링부 감독의 눈에 띄었다. 전사 기질이 넘쳐 패배를 모르는 레슬러로 금세 성장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선 무명 생활이 길었다. 2008년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지만 그의 역할은 훈련 파트너였다. 2012년엔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음지에 있던 레슬러는 이듬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체급을 60㎏급에서 66㎏급으로 올려 다시 태어났다. 2013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30ㆍ삼성생명)와 함께 한국 레슬링을 ‘쌍끌이’ 하는 간판이 됐다.
레슬러 류한수(30ㆍ삼성생명) 이야기다. 류한수가 훈련 파트너로 고생한 지난 날을 모두 다 잊게 만드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그는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의 케비스파예프 알마트를 5-4로 꺾었다. 이번 금메달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편파 판정 논란 속에 ‘노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류한수는 평소 ‘3심’을 마음 속에 새기고 매트에 오른다. 3심은 안한봉 대표팀 감독이 강조한 초심, 중심, 뒷심이다. 이를 풀이하면 절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며,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땐 중심을 잘 잡아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뒷심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올해 1월초 대표팀 동료들과 부산 해운대 겨울 바다에 뛰어 들어 금메달 획득 의지를 다졌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의 해에는 속리산 얼음 계곡물에 입수하기도 했다. 좋은 기운을 이어가려면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초에도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류한수의 바통을 이어 받아 남자 레슬링 간판 김현우가 22일 그레코로만형 77㎏에서 동반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류한수처럼 리우 올림픽의 아쉬움도 털어낼 기회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캔 김현우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 논란에 휘말리며 동메달을 땄다. 변수만 없다면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본인 또한 “부상만 없다면 금메달은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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