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남미 순방 직후인 21일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대만 수교국 엘살바도르와 수교를 맺었다. 대만 고립 뿐만 아니라 시점상 차이 총통의 경유를 허용하며 극진히 예우한 미국까지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장관과 ‘수교 수립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부는 상호 존중하면서 영토 보존, 불가침,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어떠한 외교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군사무기를 판매하고 항구 건설과 선거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함에 따라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어들어 국제 사회에서 고립이 가속화하게 됐다. 차이 총통으로선 남미 순방 직후에 수교국을 또 잃게 됨으로써 정치적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특히 미국을 겨냥한 측면도 커 보인다. 최근 무역 갈등을 비롯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대만여행법에 근거해 차이 총통이 남미 순방 및 귀국길에 미국에 들러 미 항공우주국(NASA) 방문 등의 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배려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대만이 공개적으로 밀착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반격을 가한 셈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