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20%로 일원화하고
기업 지분 50% 넘는 자회사 포함
“계열사까지 규제로 투자 등 위축”
당정이 21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현행보다 확대하기로 결정하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사, 비상자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또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잠재적인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대기업도 크게 늘었다. 현재 삼성 총수 일가 지분이 20.82%인 삼성생명을 비롯해, 현대차 계열사 이노션(29.99%)ㆍ현대글로비스(29.99%), SK 계열사 SK디앤디(24%), GS 계열사 GS건설(25.48%),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28.06%), 신세계인터내셔널(22.23%), 이마트(28.05%) 등 24곳이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또 이들 회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소유한 자회사 214곳도 법의 감시망에 추가돼 전체 규제 대상은 기존 203곳에서 44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금은 규제 대상이 삼성물산 한곳뿐이지만 앞으로 법이 개정되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자회사 등까지 총 13곳으로 늘어난다. 효성은 기존 14곳에서 자회사 21개사가 추가되며 전체 계열사 52개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5개사가 규제 대상이 된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대기업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주력ㆍ비상장 계열사를 매각 또는 계열 분리, 독립 법인으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조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언급한 비주력 업종은 시스템통합(SI)ㆍ물류ㆍ부동산관리ㆍ광고 등이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이에 해당한다.
대기업들은 이번 법 개정이 정당한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당정이 제시한 규제 수준은 총수의 사익 편취를 넘어 일상 기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며 “특히 계열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 기업의 신규 투자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곧 중소기업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규제 대상을 넓히고 처벌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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