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대표팀 강희원-이나영
인천 대회 아내가 4관왕 올라
이번엔 첫 부부 동반 금메달 목표
선수촌서 각 방 쓰며 신혼 보내
남편 “아내의 파스타 제일 맛있죠”
아시안게임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 볼링이 ‘금빛 굴리기’를 시작한다.
한국 볼링은 22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JSC 볼링센터에서 열리는 여자 3인조 경기를 시작으로 메달 레이스를 펼친다. 2014년 인천 대회 당시 금메달 12개에서 이번 대회 6개로 반토막이 났지만 최소 3개 이상의 금빛 스트라이크를 노린다. 한국은 4년 전 7개를 쓸어 담았다.
남녀 대표팀엔 부부가 태극마크를 달고 동반 금메달에 도전한다. 강희원(36ㆍ울주군청)-이나영(32ㆍ용인시청) 부부는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가니까 응원도 두 배로 받고, 결혼하고 잘 풀린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인천 대회 때 연인 관계였던 둘은 이나영이 4관왕에 올랐고, 강희원이 금메달 1개를 목에 걸어 5개를 합작했다. 이번엔 아시안게임 최초로 부부 금메달리스트가 되자는 목표를 품었다. 강희원은 “우리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고 있다. 그곳은 금메달”이라고 설명했다.
둘의 인연은 강희원이 대학교 1학년, 이나영이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했던 싱가포르 오픈에서 시작됐다. 아내에게 남편의 첫 인상은 ‘미운 오빠’였다. 숙소 수영장에서 물을 무서워하던 이나영이 발장구만 치고 있는데, 강희원이 이나영의 팔, 다리를 잡고 물 속에 빠트렸다. 이나영은 “그 때는 진짜 미웠다”고 떠올렸다. 이에 강희원은 “한번 당해서 그런지 이후 아내가 수영을 배웠다”고 웃었다.
이후 대표팀 선후배로 돈독히 지내던 둘은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고, 볼링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점점 가까워져 2013년 교제를 시작했다. 2년여 연애 끝에 2015년 12월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혼 생활은 남들과 달랐다. 대표팀 생활 때문에 안락한 보금자리가 아닌 선수촌에서 각 방을 쓰며 지냈다. 울산에 마련한 신혼집은 아예 세를 내줬다.
늘 선수촌 식당에서 아침 인사를 나누기 때문에 아내나 남편이 차려준 둘 만의 아침 밥을 먹은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휴식기에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씩 아내가 정성이 담긴 아침을 차려냈다. 강희원은 “먹고 싶은 음식을 얘기해주면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주는데, 먹을 만하다. 크림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부부가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나영은 이번 대회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대신 남편에겐 “45세까지 선수 생활을 해서 기저귀 값을 벌어오라”고 주문했다. 강희원은 “아내가 2세 계획도 있고 해서 원래 은퇴하려고 했지만 4년 전 좋은 기억이 있어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결혼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인데,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둘 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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