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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글자수 줄인다고 탈 많은 ‘학종’ 공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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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글자수 줄인다고 탈 많은 ‘학종’ 공정해질까

입력
2018.08.21 19:00
수정
2018.08.21 22: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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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개편에 치여 학종 뒤로 밀려

교사 추천서는 폐지했지만

사교육 유발 수상경력도 그대로

“다시 학교 성적 줄 세우기” 비판

정성평가 요소 줄어 변별력 비상

대다수 대학 구술고사 유지할 듯

입학사정관 객관성 확보도 미흡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상당히 큰 폭으로 손을 댄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 하나 뜯어보면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공론화의 초점이 ‘정시 비중’ 에만 맞춰지면서 대입개편의 주된 촉매가 됐던 ‘학종 불공정성’ 개선은 정작 뒷전에 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7일 발표된 개편안의 핵심은 학생부 기재 항목 및 분량 축소다. 현 중3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는 불공정 논란의 주요 원인이던 소논문 실적은 아예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됐다. 수상경력은 현행대로 기재하되 대입에는 학기당 1개만 활용될 수 있다. 자격증 역시 기재는 하되 대입에는 활용되지 않는다. 봉사, 청소년단체는 교내 활동 위주로 기재된다. 자기소개서는 항목과 분량을 축소하되 서술형을 유지하고 교사추천서는 폐지된다.

그러나 사교육 유발 핵심 요소인 수상경력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정성평가 요소가 줄어들면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오히려 내신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종의 근본 취지는 학생이 공부만 잘하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라는 것인데 불공정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평가요소만 애매하게 줄여버리면 결국 학교성적으로 줄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행학습 유발로 폐지 주장까지 나왔던 구술고사는 되려 늘어날 거란 예측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부ㆍ자소서 간소화로 입학사정관들의 평가가 더 어려워져 각 대학들이 궁여지책으로 면접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비해 “면접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경우 엄중히 재제하고 출신고교 블라인드 면접도 도입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대학들이 면접에서 제시문 기반 구술고사를 유지하는 한 부담이 줄진 않는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반면 공정성의 핵심인 대학의 평가기준 공개나 입학사정관 평가 객관성 보장을 위한 대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입학 평가기준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이미 추진하던 내용이다. 교육부는 ‘이것만은 피하라’는 불합격 사례 위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개편안의 특징이라고 말하지만 대학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 지는 과제로 남는다.

다수 입학사정관 평가제 역시 이미 상당수 대학에서 시행 중이라 정부 차원의 입학사정관 채용기준 설정 등 전문성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종은 입학사정관의 전문역량과 태도에 따라 주관적이 될 수도, 타당하고 공정한 평가가 될 수도 있다”며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입학사정관 5명중 4명 가량이 입시철마다 동원되는 교수, 교직원 등 ‘위촉사정관’이라는 것은 매년 지적돼온 문제다.

대학 전형별 신입생의 고교 유형정보 및 지역정보를 공시해 평가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공립고의 최모(53) 교사는 “(유형별 정보공개로) 특수목적고가 일반고보다 명문대에 잘 보낸다는 사실만 한번 더 확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박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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