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합의
담합 과징금 한도 매출 10%→20%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업도 대폭 확대
사전에 제품 가격을 서로 짠 뒤 함께 올리거나 시장을 나눠먹는 등의 주요 담합 사건에 대해 앞으론 검찰이 곧바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담합 사건은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해야 비로소 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합의했다. 공정거래법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 만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정경제 토대 위에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구현해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당정은 ▦가격 공동인상 ▦공급량 제한ㆍ축소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 4가지 유형의 담합행위(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인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날 공정위와 법무부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함에 따라 중대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은 사라지게 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격이나 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은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 기회 자체를 박탈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적극적인 형사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기관은 담합 적발의 ‘출발점’인 리니언시(담합을 자수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 면제) 정보도 실시간 공유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당정은 또 기업이 담합을 통해 거둔 매출액의 10%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고한도를 20%로 올리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합사건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비율은 9%에 불과, 미국(57%)이나 유럽연합(26%)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된다. 지금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30%(비상장사 20%) 이상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당정은 이 기준을 상장ㆍ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통일하고, 이들 기업이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경우 규제대상 대기업이 203곳에서 441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총수일가 지분 29.9%)과 현대글로비스(29.9%) 등도 총수 일가 지분을 낮추지 않는 한 새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어 민사적 피해구제 수단을 확충하기 위해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 ‘중지명령’을 요구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자산총액)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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