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연비, 가격 등 다양하다. 그런데 ‘성능이 좋은 차’를 고를 때는 기준이 명확해진다. 게다가 엔진은 마력이나 토크와 같이 성능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가 있다. 마력은 엔진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이다. 마력이 높다는 건 최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크는 엔진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다. 토크가 높다는 건 곧 차의 가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마력이나 토크만으로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주행 성능을 대 나타내지는 못한다. 친환경차는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의 성능은 마력이나 토크 대신 킬로와트(㎾) 단위로 표시된다. 자동차업계에선 친환경차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꾸준히 모터의 출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왔다.
모터는 기본적으로 고정자(Stator)와 회전자(Rotor)로 구성된다. 0.3㎜ 이하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여러 겹 쌓고 그 표면을 코일로 감으면 전자석이 된다. 이 전자석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것이 고정자다. 고정자 안에서 회전하며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게 회전자다. 전자석인 고정자에 전류 방향을 계속해서 달리하면 N극과 S극이 계속해서 바뀌게 되고, 영구자석이 달린 회전자는 인력과 척력을 번갈아 받으며 회전하게 된다.
모터의 출력을 높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더 큰 영구자석과 전자석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자동차 내부의 한정된 공간에서 모터의 크기를 한없이 키울 순 없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모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기강판을 효율이 높은 소재로 바꾸거나, 전기강판 위에 코일을 더 잘 감거나, 모터 내 절연 설계를 고도화하는 등이다. 실제 이 같은 모터 기술 발전을 통해 현대 LF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이전 모델인 YF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출력을 내면서도 오히려 모터 무게를 1㎏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술 발전으로 모터 출력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출시한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차는 15㎾ 모터가 장착됐다. 이후 2011년에 나온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는 30㎾,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오닉 전기차에는 88㎾ 모터가 장착됐다. 10년 사이에 모터 출력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보통 1㎾는 1.3마력과 같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아반떼 가솔린과 비슷한 약 120마력 정도의 힘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기모터는 차의 속력이 시속 0㎞인 정지상태부터 즉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어, 가속력은 동급 차종과 비교하면 전기차가 월등히 우수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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